잠들지 않는 7일의 저택
"잘자요, 내 작은 주인님"
W. 풉 (PP)
2022.07.23
KPC. 나나우미 네네
PC. 스오우 유유치
...
..
.
.
.
[1866. 04. 03]
분주한 대저택의 하루 일과가 끝이 났습니다.
당신은 모든 정리를 마치고 한적해진 2층 복도를 걸어갑니다.
댁의 주인어른과 부인, 다른 식구들은 런던에 용무가 있어 한동안은 이 깊은 숲속 저택에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고,
저택에 남은 하나뿐인 막내 아가씨는…

또 시작입니다.

침대 밑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느니,
꿈에 괴물이 나온다느니,
잠자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느니,
개구리를 잡으러 가야 한다느니.
답지 않게 온갖 핑계를 들어가며 잠들지 않으려고 하는 저 작은 꼬마 아가씨 말이에요.
이미 3일째 꼴딱 샌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 걸까요.
먼발치에서 보이는 네네는 이 저택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메이드와 실랑이를 벌이며 자신의 방문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모셔왔던 가문이기에 이 깊은 숲속까지 들어와 저 막무가내 아가씨를 보살펴 드리고 있지만,
이젠 정말 관둘 때가 된 것인지…
당신이 어이없는 광경에 잠시 고뇌를 하고 있으면,
신입 메이드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당신을 쳐다봅니다.
당신이라고 별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다른 사용인에 비해 네네는 당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편이니까요.
게다가, 당신은 무려...! 엘리트잖아요!
엘리트 집사에게 이정도 문제야 간단하죠.



당신이 그러한 설득에도 네네는 단호하게 한마디를 던집니다.


| 기준치: | 45/22/9 |
| 굴림: | 2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번쩍..)

말은 그렇게 하지만 꽤 망설이는 듯 침대 쪽을 흘깃거리는 것을 보아 한 번만 더 설득하면 통할 것도 같네요.
엘리트 집사 번쩍안경의 힘을 보여주자고요!!


네네는 잔뜩 입술을 내민 채, 침대 위에 '눕기까지는' 합니다.
다만 눈을 부릅 뜨고 잠에 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 보니, 아가씨는 평소 동화나 시를 읽어주면 잠을 잘 잤었죠.
물론 동화를 읽어줬던 건 몇 년 전이라, 아직도 먹힐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당신은 아가씨에게 읽어줄 동화책이나 시집을 찾기 위해 서재로 향합니다.
담당구역이 아니기에 서재에 자주 갈 일은 없지만,
분명 서재는 3층 왼쪽 복도 끝에 있습니다.
먼지 하나 없는 계단을 밟고 3층으로 올라갑니다.
기본적으로 항상 쓸고 닦아 과하게 광이 나는 저택이지만,
최근 며칠 새에 저택의 구석구석이 눈에 띄게 낡아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던 도중,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99 |
| 판정결과: | 실패 |
계단 벽에 붙어있는 초상화가 어째 조금 낡은 것 같네요.
아무래도 조만간 새 그림으로 갈아두어야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면,
어느새 3층 왼쪽 복도 끝, 서재에 도착합니다.

서재의 문을 열면, 벽면을 가득 채운 어마어마한 크기의 책장과 수많은 책들이 먼저 눈에 띕니다.
창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으며,
고급진 책상 위에는 여러 문서와 필기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습니다.

온갖 장르의 책들이 꽂혀있는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목재 책장입니다.
얼마나 큰지, 책을 꺼내기 위한 간이 사다리까지 구석에 놓여있을 정도입니다.
분명 아가씨가 예전에 읽던 동화책들도 어딘가에 꽂혀있을 텐데 말이에요.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엄마 거위가 아기 거위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표지의 책을 발견합니다.

책의 제목은 '마더구스(mother goose)' 입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눈에 띄는 동요를 하나 찾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HANDOUT ··Baby, baby, naughty baby━━━━━━━━━━━━━━━━━─아가, 아가, 나쁜 아가,
조용히 해, 요 시끄러운 것아.
지금 좀 조용히 해. 아님,
보나파르트가 이 길로 지나갈 거야.
아가, 아가, 그는 거인이야.
루앙의 철탑처럼 거대하고 시커멓지.
그는 그 철탑을 의지하여 아침도 먹고, 저녁도 먹지.
나쁜 사람들을 매일 잡아먹지.
아가, 아가, 네 소리를 들으면
그가 집으로 뛰어와서
고양이가 쥐를 찢어 죽이듯이.
단번에 사지를 찢어 널 죽일 거야.
그리고 널 마구 때리고 또 때릴 거야.
곤죽이 될 때까지 때릴 거야.
한 조각씩 물어뜯어서.
그리곤 널 계속 먹어 치울 거야.
조용히 해, 요 시끄러운 것아.
지금 좀 조용히 해. 아님,
보나파르트가 이 길로 지나갈 거야.
아가, 아가, 그는 거인이야.
루앙의 철탑처럼 거대하고 시커멓지.
그는 그 철탑을 의지하여 아침도 먹고, 저녁도 먹지.
나쁜 사람들을 매일 잡아먹지.
아가, 아가, 네 소리를 들으면
그가 집으로 뛰어와서
고양이가 쥐를 찢어 죽이듯이.
단번에 사지를 찢어 널 죽일 거야.
그리고 널 마구 때리고 또 때릴 거야.
곤죽이 될 때까지 때릴 거야.
한 조각씩 물어뜯어서.
그리곤 널 계속 먹어 치울 거야.
...
...이런 걸 자장가라고 들려줘도 될까요?
그리 좋은 선택 같지는 않네요.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뒷장에서 평범하고 아기자기한 노래 가사를 발견합니다.
·· HANDOUT ··Twinkle, Twinkle, Little Star━━━━━━━━━━━━━━━━━─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반짝반짝 작은 별이네요.
다행히 책의 뒤쪽에도 무난한 가사의 노래나 동화가 많이 실려있습니다.

(하며 책을 챙겨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책상 위로 가서는 문서를 정리하려한다. 직업병...)
이 댁 주인어른의 책상입니다.
책상 서랍은 굳게 닫혀있고,
책상 위에는 각종 문서와 서신이 수없이 쌓여있으나 깔끔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자세히 보면 문서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냥 대충 차곡차곡 쌓기만 한 것 같네요.
대체 여기 담당이 누구였죠?

그렇게 짜증을 내며 정리하던 중,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디에도 분류해놓기 어려운 이질적인 문서 세 장을 발견합니다.

문서를 한 장씩 살펴봅니다.
첫번 째 페이지를 살펴보면, 깔끔한 고딕체의 영문 계약서인 것 같은데...
내용이 많이 손상되어 무엇에 대한 계약서인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밑에 아가씨의 삐뚤빼뚤한 이름과 서명이 있네요.
어린 아가씨가 계약서에 서명을 할 일이 대체 뭐가 있을까요?

설마요. 만약 사기 계약이었다면 주인어른의 책상 위에 놓여 있을 리 없겠죠.
몇번을 다시 살펴보아도 아가씨의 글씨체가 맞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 보다는 조금 더 삐뚤빼뚤하고, 투박하지만요.
다음 페이지를 살펴볼까요?

이어서 두번 째 페이지를 살펴봅니다.
아가씨의 것 외에도, 두개의 이름과 서명이 더 적혀 있습니다.
하나는 주인어른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의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집안 사람들과 연이 있거나 친한 가문의 성 정도는 외우고 있을 터인데…
딱히 주인어른의 지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소한 이름입니다.

에드윈 마이어. 그런 이름은 아카데미에 있을 때도 들어본 적 없었던 것 같죠.
유명한 가문의 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법도 한데요.

마지막 페이지를 살펴봅니다.
후견인, 친권자, 관계 증명 등의 딱딱한 단어가 이어집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90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문득, 이 문서의 정체를 깨닫습니다.
양자 입적 동의서.
아, 그래요… 아가씨는 원래 이 집안 사람이 아닙니다.
집안의 무거운 비밀이 서재의 공기까지 무겁게 짓누르는 것 같습니다.

아가씨를 걱정하다니 역시 초 유능한 엘리트 집사는 다르군요.
뭐, 흔한 일이다 하더라도 이러한 몇가지 개인적인 서신은 책상서랍에 넣어두는 게 좋을텐데,
웬 일인지 책상 서랍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평소에 번거롭다며 서랍장을 잠구지 않는 분인데 말이에요…
다른 사용인이 모르고 잠궈둔걸까요?


| 기준치: | 29/14/5 |
| 굴림: | 84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1/0/0 |
| 굴림: | 72 |
| 판정결과: | 실패 |
머리밖에 못쓰는 유우치,...

엘리트... 그래, 엘리트 집사죠.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1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전구가 번쩍였다.)
wow
그러고보니... 서랍을 평소 귀찮다고 잠구지 않는 분이셨죠.
그렇다면, 어쩌면 열쇠 또한 주변에 대충 놓아두셨을지도 몰라요.

창틀은 아니겠죠. 거긴 너무 불안해요.
책장이나 책상 위는 방금 살펴보았고...
비밀스럽지만 번거롭지 않고, 그러면서도 아무나 찾을 수 없는 장소.
가령 카펫 밑... 이라든가요.

설마... 하는 마음에 들춰본 카펫 밑에는...
빙고~ 은색 열쇠가 반짝이는 것이 보입니다.

서랍 안에는 주인어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처음 보는 수첩이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기묘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수첩을 열어보면,
같은 사람이 썼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한 필체의 라틴어와 기괴하고 기하학적인 원 모양,
출처를 알 수 없는 붉은 얼룩이 가득합니다. SAN(0/1)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엘리트 집사는 이런걸로 놀라지 않습니다.

여튼, 자고로 영국의 신사이자 지식인이라면 라틴어에 능해야 하는 법이니 주인 어른이 수첩에 라틴어로 쓰셨다고 해도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쓰여있는 모양새가 너무도 섬찟합니다.
많은 부분이 손상되어 읽기도 힘들 뿐더러,
왼쪽에 이 원은 대체 무엇일까요?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93 |
| 판정결과: | 실패 |
내가 모르는 단어라니..
(충격)
1◼m◼ 탑
제물
◼◼◼은 '신'
엘리트라 하더라도 주인어른이 한 수 위였나봅니다.

뒷장을 더 넘겨보면,
이젠 라틴어가 아닌 전혀 알 수 없는 문자들만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고로 귀족저택 사용인의 덕목이라면 첫째도 침묵, 둘째도 침묵입니다.
이것이 무엇이든 못본 척, 서랍을 닫는게 좋겠네요.

당신의 손이 닿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은 완벽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열쇠 또한 잊지 않고 카펫 밑에 도로 넣어두었어요.

정리를 마친 후, 당신은 마더구스라는 동요집을 들고 다시 네네의 방으로 향합니다.
방문을 열면 네네는 여전히 뜬 눈으로 당신을 맞이합니다.



안 잘거야.


아가씨는 자신은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며 투덜거리지만, 별수 없습니다.
이게 마지막 희망이니까요.
당신은 네네의 침대 옆자리에 의자를 끌고 와 앉습니다.
동요도 좋고, 옛날이야기도 좋고, 자장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뭐가 되었든 네네가 정말 수면 부족으로 어떻게 되어버리기 전에, 빨리 잠부터 재워야 할 것 같아요.




당신이 약간의 흥얼거림을 섞어가며 어색하게 네네에게 동요를 불러주면,
네네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은근슬쩍 귀를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반짝반짝 작은 별, 런던 다리 무너진다, 거미가 줄을 타고…
그럼에도 여전히 네네는 잠에 들지 않습니다.
점차 밤은 깊어가고, 당신의 눈이 서서히 감깁니다.
아, 아직 아가씨를 재우지 못했는데 말이에요.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2 |
| 판정결과: | 실패 |
잠에 들기 직전,
잘 자라는 인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
..
.
.
.
[1866. 04. 04]
구름에, 붕 뜬 기분입니다.
몸에 감기는 감촉이 푹신합니다.
눈을 떠보면 당신은,
네네의 고급지고 푹신한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누워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네네는 당신이 앉아 있었던 의자에 앉아 당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고용인의 침대를 차지하고 잠에 들어버리다니, SAN(0/1)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4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아가씨.. (평소답지않게 더욱 당황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언제 침대 위로 올라왔던 거죠?
자명종 시계를 살펴보면 벌써 정오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저택의 사용인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게 보통인데…
오늘 당장 해고당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눈에 띄게 당황한 당신을 보고 네네가 뜬금없이 말을 건넵니다.



어제보다 한층 더 피곤한 낯을 하고 있는 네네가 덧붙입니다.
누가 누굴 쉬게 해준다는 건지,
혈색이 점점 어두워져 오늘따라 더 안쓰러워 보이는 네네 입니다.
또 밤을 샌 것 같은데,
대체 왜 잠을 자지 않는 걸까요.
당신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네네는 당신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 이끌기 시작합니다.



어쩔 수 없이 네네의 손에 이끌려 저택 문의 밖으로 나서면,
아침임에도 여전히 안개가 끼어있습니다.
저택 근처 이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요.
정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네네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거대한, 안개 낀 정원을 익숙하게 지나갑니다.
어린 풀냄새와 이르게 핀 꽃향기가 당신의 코를 맴돕니다.
어느새 프리지아 꽃이 만개한 곳에 멈춰선 네네는,
자신만이 알고 있다는 비밀정원의 나무담장 틈새로 당신을 안내합니다.
소녀의 몸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틈새입니다.





작아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실패시 들어갈 수 있습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81 |
| 판정결과: | 실패 |
(유우치군은 작군아)
wow~ 역시 엘리트
틈새 사이로 가볍게 들어갑니다.

(네네를 따라 땀을 삐질거리며 안쪽 틈새로 들어갔다.)
비밀 정원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작은 오두막과 벤치입니다.
그 주변에 가득 핀 아카시아 꽃과 이름 모를 하얀 들꽃들이 어우러져, 마치 소담한 공간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저택의 정원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요?


어쩐 일인지 유독 이곳에만 안개가 끼지 않아,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맑습니다.






네네는 비밀정원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모종삽으로 화단 밑의 땅을 조금씩 파내기 시작합니다.
묵묵히 파내고 있지만... 조금 힘에 부쳐 보이네요.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네네가 가리킨 부분을 바라보면, 나무상자의 모서리로 추정되는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쪽지에는 '10년이 지나기 전에는 열어보지 말 것!' 이라고 적혀있네요.



당신에게 시계를 건넨 네네는 빈 나무상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오두막 안에서 연필 두 개와 쪽지 몇 장을 꺼내옵니다.
타임캡슐이 비었으니 당신과 새로운 타임캡슐을 만들고 싶다면서요.
네네는 당신에게 연필을 건네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때까지 여기에서 일을 하라니, 설마 악담은 아니겠죠?


당신이 마지못해 아가씨를 따라 쪽지에 글씨를 쓰기 시작하면,
네네가 들릴 듯 말듯 고맙다며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슬슬 돌아갈까?


저택으로 돌아갈 즈음이면 주변은 어둑해져 있습니다.


(ㅍ.ㅍ)

주무시러갑시다.

(.ㅡ.)

...
..
.
저택으로 돌아온 당신은 오늘이야말로 아가씨를 재우겠다는 마음으로 아가씨의 방을 정리합니다.
정리를 마치면, 여전히 잠에 들 생각이 없어 보이는 뚱한 얼굴의 네네가 잠옷을 입은 채 투덜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어쩔 수 없네요. 누가 먼저 잠에 드는지 끝까지 가봅시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2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72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결국 오늘도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아가씨보다 먼저 잠에 들어버립니다.
근데 오늘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자연스럽게 잠이 들었다기보다는,
순간적으로 몸에 힘이 빠지고 시야가 암전되는 게 마치…
...
..
.
.
.
… 또, 구름에 붕 뜬 기분입니다.
몸에 감기는 감촉이 푹신합니다.
또?
눈을 떠보면 역시나 당신은 아가씨의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누워있습니다.
지금이 새벽인지 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방안과 창밖은 어둡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보아도, 네네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로 간 거죠?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5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분명 닫아두었을 터인데... 방문이 조금 열려있습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복도에서 누군가의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네네일까요?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7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처음 보는 인영이 복도를 앞서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라기엔 커다랗고, 성인 남성이라기엔 왜소한 키.
상당히 고급스러운 옷에 허리까지 오는 길다란 머리…
...
...잠깐, 고급스러운 옷이요?
저택의 사용인이 입을 법한 옷도 아니고,
이 집안 사람들이 돌아온 것도 아닐 텐데.
'저건' 대체 누구죠?
불안한 예감이 밀려옵니다. SAN(1/1d3)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천천히 다가가보아도 그는 멀어지기만 할 뿐,
뒤돌아본다거나 따라잡히지 않습니다.
대체 저 사람은 누구고,
아가씨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괴한?
납치?
그 전에, ... 사람이 맞긴 한 걸까요?
계단을 내려간 이는 이윽고 저택의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저택 밖의 자욱한 안개에 서서히 그의 모습이 묻혀들어갑니다.
이대로 가면 놓칠 것 같습니다.
그를 붙잡아야 할 것 같아요.
붙잡아 그의 모습을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욱한 안개 속 인영을 뒤쫓습니다.
손을 뻗어 보아도 닿을 듯 닿지 않고, 여전히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주변을 에워싼 안개는 점점 더 짙어져 어느샌가 방향 감각도 잃을 것만 같습니다.
끝내 뒤돌지 않던 인영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됩니다.
계속 같은 곳만 맴돌고 있는 느낌입니다.
마치 안개 속에 갇혀버린 것만 같아요.

그렇게 한참을 안개 속을 헤매던중,
누군가가 뒤에서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울 것 같은 표정의 작은 아가씨입니다.


네네의 손에는 회중시계가 들려 있습니다.
분명 네네에게 받았던 그 회중시계인데…
언제 떨어트렸던 거죠?


네네는 이곳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며, 자신이 길을 안내하겠다고 말하곤 당신의 손을 잡고 안개 속을 익숙하게 걸어갑니다.


네네를 따라 저택으로 돌아오면,
네네는 1층의 넓은 로비에 멈추어

...라고 인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당신의 시야는 다시 암전됩니다.
...
..
.
.
.
1866.04.06
어제의 일은 그저 꿈이었는지, 자신은 언제 이곳에 돌아온건지,
당신은 원래 생활하던 저택의 1층 방에서 눈을 뜹니다.
몇 시쯤이 된 걸까요.
회중시계만은 손에 잘 쥐여 있습니다.
시간을 확인해 본다면 이미 8시가 넘어있네요.
어제보단 덜하지만 오늘도…지각은 지각입니다.
이쯤 되면 곧 해고당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엘리트 집사로서 슬슬 나가보아야겠죠.
안 그래도 어쩐지 문밖이 조금 소란스러운 것 같네요.


가자
여러 사용인들이 정신없이 청소하며 집안을 정돈하는 광경이 보입니다.
원래 분주한 저택이지만 오늘따라 더 과장된 모습으로 분주한 것 같네요.
그도 그런 게, 집안 어르신들은 전부 외출 중이시고 저택에 남아있는 건 아가씨뿐이니까요.
며칠간은 다들 알게 모르게 풀어진 채로 집안일을 했다면, 오늘은 어제보다 배로 소란스럽습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다 치워두려면 시간 별로 없어!"
"근데 나타샤는 어디로 간 거람?"
그때, 면식이 있는 한 메이드가 호들갑을 떨며 당신 쪽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하네요.
내일 집안 어르신들이 돌아올 예정이니 오늘은 다들 저택 청소로 바쁠 텐데, 사용인 몇 명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소리 말이에요.
짐도 그대로이고, 사라진 물건도 없고, 밖에 나간 걸 봤다는 목격자조차 없다고 합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6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람들이 사라진 것도 이상하고…
'내일' 집안 어르신들이 돌아온다뇨?
분명 7일에 돌아온다 반복적으로 전해 들었는데...
어제는 분명 4일이었으니, 오늘은 5일일테고,
그럼 내일은 6일이잖아요?
날짜를 잘못 기억하고 있을 리는 없습니다.

메이드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고개를 젓습니다.
오늘은 6일이 맞다면서요.
설마 꿈을 하루 동안 꾼 건 아닐 테고 말이에요.
이상하게도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오늘의 날짜와 사용인들이 이야기하는 오늘의 날짜가 다릅니다.

분명 오늘은 5일일텐데.
다들 오늘이 6일이라 얘기하며 7일인 ‘내일’ 돌아올 집안 어르신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이상하네요.

메이드는 잠이 덜깬건 아니냐 웃고는 제 할일을 하러 떠납니다.
찜찜한 기분을 뒤로하고, 슬슬 움직여야 할 것 같네요. 일을 할 시간입니다.


(나갑니다.)
중앙의 홀로 나오면 노년의 하녀장이 당신에게로 다가와 한 가지 부탁을 합니다.
하녀장: 바쁠텐데 미안하다만, 식구들을 맞을 준비로 남는 인력이 거의 없는 것 같으니…. 자네가 잠깐 저택을 돌아다녀 보면서 사라졌다는 사용인들을 찾아봐 주겠나? 혹시 저택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하녀장은 우선 1층을 부탁한다며, 계단 위로 바삐 올라갑니다.
사라진 사용인들을 찾아달라니,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우선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묻거나 직접 찾아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중앙 홀을 둘러본다._)
하인들이 각자 할일을 하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1층 중앙 로비에 서 있는 당신의 좌측으로는 식당, 우측으로는 응접실이 있네요.
남쪽으로는 현관, 북쪽으로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위치해 있습니다.

식구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식당과 주방입니다.
다들 이곳저곳을 청소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탓에, 무언가를 물어본다거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식당을 조금 서성거리면,
은식기를 닦고있는 메이드와 키 큰 풋맨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사용인1: 작은 아가씨가 미쳐서 명을 재촉하네.
사용인2: 쉿, 귀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사용인1: 왜, 뭐 어때서. 미친 아가씨에다 이젠 하인까지 없어지고, 이 저택 저주받은 거 아니야?
사용인2: 그러게, 괴물 괴물 하더니 진짜 괴물이라도 나오나 봐.
듣자 하니 저택에는 공공연하게 나쁜 소문이 도는 것 같습니다.
틀린 말도 아닌 게, 아니, 사실이잖아요.
네네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정말 미쳐버리기라도 한건지, 잠을 자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몇몇 사용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요.
대체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사용인1: 힉!
사용인2: 크흠...

슬쩍 당신의 눈치를 보던 이들은 모른척 서둘러 자리를 피해버립니다.

사용인1: 일이 바빠서요~ 먼저 가볼게요 하하...

(한숨을 내쉬고는 주방 안 쪽으로 들어가본다.)
더이상 볼 건 없나...
시끄럽게 칼질하는 소리, 서둘러 준비하라며 목청을 높이는 소리.
여기에 더 있다가는 방해된다며 쫓겨날 것 같습니다.



(고개를 들어 옆 현관으로 시선을 옮겼고, 걸음을 재촉했다.)
현관에서 밖을 바라보면 여전히 안개가 짙게 끼어있습니다.
어제의 그 이상한 꿈 때문에 오늘은 왠지 밖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년의 정원사가 저택의 문 앞에서 정원 쪽을 쳐다보며 눈을 한껏 찌푸리고 있네요.

정원사: 이그그그... 돌아오시기 전에 해놓아야 하는데... 안개 때문에 뭐가 보여야... 에그머니나,
거참, 왔으면 인기척을 내야할거 아냐!

그리고 충분히 인기척은 냈습니다만...

정원사: 거참, 젊은게 말이야. 요즘 것들은.... 이그그...
정원사는 조금 화를 내나 싶더니 한숨을 푹 쉬며 이야기 합니다.
정원사: 주인어르신께서 이렇게 이렇게, 둥글게 대칭을 맞춰 나무덤불을 잘 가꿔 놓으라고 하셨거든. 이렇게 말이야...보기 좋게 둥글둥글하게 말이야. 큰 손님이 오니 그렇게 해놓으라 말씀 하셨는데 말이야. 이그그그...나원,참.
그는 과장된 제스쳐로, 나무덤불의 각도를 이리저리 손으로 재며 짜증을 냅니다.

정원사: 나도 몰러!! 그냥 하라길래 하는 거 뿐인데. (짜증을 내듯 손을 휘젓는다.) 궁금증 해결했으면 썩 가버려!

정원사: (칫, 하고 혀를 차더니) 새벽부터 정원 관리 때문에 정원과 대문 앞을 오갔는데, 이 쪽으로 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됐나?

쯧... 엘리트란. 하는 말이 들리긴 했지만... 그다지 기분이 나쁜 것 같지는 않네요.
성이 모리에다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응접실로 향합니다.)
응접실로 향합니다.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쓸 일이 없어 찬 공기만이 맴도는 응접실입니다.
응접실의 문을 열면, 쿵. 누군가와 부딪힙니다.
견습하인: 아, 아아, 아, 안녕하세요!!!!
아가씨보다는 조금 나이가 있는 견습 하인이네요.
딱 봐도 어딘가 수상해보이는 얼굴인데…
견습하인은 다급히 문 밖으로 나가버리고,
응접실 안에선 타는 냄새가 납니다.

(타는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안쪽으로 다급하게 들어가봅니다.)
냄새가 나는 쪽을 쳐다보면 벽난로입니다.
벽난로 안엔 '무언가'가 타고 있지만...
불씨는 작아 충분히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면 전부 타버리기 전, 테이블 위 꽃병의 물로 불을 꺼서 무엇을 태우려고 했는지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서둘러 불을 끕니다.
이미 벽난로 안에는 수십장의 종이와 책이 타 그을음이 심하게 남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쩡한 건 종이 한 장과 책 한 권 뿐이네요.

[타다 남은 종이]
종이를 집어 들면, 내용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글씨 하나 적히지 않은 그림에 가깝거든요.
가운데의 작은 원을 큰 원이 감싸고 있는 모양이고, 그 사이엔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원,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니 마치 마법진을 그린 것 같네요.

아마도, 맞는 것 같아요.
책도 한 번 살펴보나요?

[ 그을음이 심한 책 ]
영어로 『 존재의 증명(Proof of Existence) 』 이라 쓰여있습니다.
책을 열어보면, 영어와 라틴어가 섞여 있습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0 |
| 판정결과: | 실패 |

유우치, <교육> 판정.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95 |
| 판정결과: | 실패 |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엘리트 집사의 수치네요....
응접실에는 더 볼만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중앙 홀로 나옵니다.
딱히 사라진 사용인들에 대한 정보는 얻지 못하였지만, 1층은 전부 둘러본 것 같네요.
그 수상한 견습 하인도 신경 쓰이고, 하녀장님께 보고라도 할 겸.
2층에 올라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계단 위로 올라오면 맨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원의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 입니다.
발코니를 기준으로 왼쪽 복도 끝은 네네의 방,
오른쪽 복도에는 사라진 사용인의 또 다른 청소 담당 구역이던 귀빈실과 주인어른의 침실이 있습니다.
복도에는 딱히 특별한 게 없고,
하녀장님 역시 보이지 않네요.

원래라면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발코니이지만…
안개때문에 경치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원의 한 가운데에 높게 쌓인 거대한 무언가만은 유독 눈에 띕니다.

적어도 10m는 되는 것 같은데,
저런 게 언제부터 저기 세워져 있었죠?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3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짙은 안개를 뚫고, 거대한 무언가가 보입니다.
돌로 쌓아올린 석탑처럼 보이네요.
게다가 이 정원…
평소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조금 특이한 모양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정원의 나무 담장과 덤불들이 가운데의 석탑을 중심으로,
어떠한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12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가운데의 석탑을 기준으로, 정원의 나무 담장들이 마치 아까 발견했던 마법진과 같은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이한 정원의 모양새를 확인한 유우치. SAN(0/1)

| 기준치: | 49/24/9 |
| 굴림: | 2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응접실에는 더 볼만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발코니에는 더 볼만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네네의 방으로 향합니다.
문고리에 손을 올려보면... 문은 잠겨있네요.
인기척은 있으나, 문을 열어줄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당신의 말을 들은 듯 안에서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미안, 유우쨩. ... 지금은 혼자 있을래.
아무래도 문을 열어줄 생각은 없는 듯 합니다.

묵묵부답입니다.

여전히 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많이 피곤한가봐요.
가만히 둔다면, 어쩌면 잠에 들지도 모르겠어요.

철커덕, 하고 문고리가 돌아가나 싶더니 무언가에 막힌 듯 덜그럭거리는 소리만 납니다.

그냥 내버려둬.
... 별일 아니니까.





(반대 쪽의 귀빈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귀빈실로 향합니다.
사라진 사용인의 다른 담당구역인 귀빈실의 문을 열면,
…이게 무슨 일이죠?
있어야 할 침대와 테이블 등 가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자명종 시계 단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자명종 시계에 가까이 가면,
자명종 시계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느낄 새도 없이,
당신의 주머니 속에 있던 회중시계가 체인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떨어진 회중시계는 자명종 시계와 같이 시침과 분침이 아주 빠르게,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회중시계를 손에 들자,
손이 흐려지면서 회중시계가 바닥으로 다시금 떨어집니다. SAN(1/1d4)

| 기준치: | 49/24/9 |
| 굴림: | 63 |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4
()
2
2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눈을 한 번 깜빡이면,
거짓말처럼 손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습니다.
헛것을 본 걸까요?

시계는 바닥에 떨어져있네요.

시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명종 시계 역시 별 이상 없이 평소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시계 홀로 덩그러니 남아있다는 점을 뺀다면,
아까 일은 꿈이었다는 듯, 그 무엇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일상과도 같아요.

귀빈실 밖으로 나옵니다.

주인어른은 외출 중이시니 청소를 위해 문은 열려 있어야 할텐데…
어쩐지 잠겨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잠긴건 아닙니다.
문고리도 돌아가고 문도 조금 열어볼 수 있지만,
묵직한 무언가에 가로막혀 어느정도 이상은 열리지 않습니다.

문틈새로 방 안을 살펴보면,
견습하인으로 보이는 소년이 구석에 쭈구려 앉아 흐느끼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견습하인: 저,저는 아무것도 몰라요...저는 아무것도 몰라요...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대체 여기서 뭘 하는건지.
아무래도 견습 하인이 문을 가구로 막아둔 것 같은데…

하인은 들리지 않는 듯 훌쩍거리며 연신 자기 할말만 내뱉고 있습니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5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힘으로 문을 밀어낼 준비를 하고 힘차게...!
어라
힘을 준 것이 무색하게, 문은 갑자기 허무하게 열립니다.
분명 문 앞에 무언가가 있었는데... 열린 문 앞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럼 문이 왜 열리지 않았던거죠?

처음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어떠한 물건이나 사람의 흔적도 존재하지 않네요.

견습하인: 히이익!!!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제발, 제발 비밀로 해주세요. 주인어른한테 비밀로 해주세요, 스오우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희 다 죽을 거란 말이에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제발, 제발...

견습하인: 그, 그건... 저도, 저도 잘 몰라요... 그냥, 그래야할 것 같아서... 그건, 그러니까...
주근깨 가득한 얼굴이 눈물로 젖어들어갑니다.
견습하인: 스오우님, 주인님은 내일, 사람 하나를 제물로 바쳐서 괴물을 소환해낼 생각이세요. 그런데 그건 괴물이잖아요, 그건 괴물이란 말이에요...
제물은 무엇이며 괴물은 또 무슨 소리일까요.
단순히 종이나 책을 태운 것 치고는 너무 절박한 표정입니다.
이윽고 그는 울면서 바닥을 기어와, 당신의 앞에 몸을 수그립니다.
견습하인: 스오우님, 스오우님... 저는 죽고싶지 않단 말이에요...저는....
견습하인은 당신의 소매 끝을 잡으며 죽고싶지 않다고 절규를 토해내지만,
말을 끝까지 잇지는 못합니다.
그 말이 무색하게도 그의 전신은 서서히 안개처럼 흐릿하게 변해…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SAN(1/1d3)

| 기준치: | 47/23/9 |
| 굴림: | 3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견습하인이 있었던 자리의 뒤에는 집안 식구들을 그려놓은 거대한 액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설마, 저택의 하인이 사라졌다는게 이런 거였나요?
눈 앞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충격 때문인지, 거대한 그림이 오늘따라 더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 기준치: | 5/2/1 |
| 굴림: | 88 |
| 판정결과: | 실패 |
유독 네네를 그려놓은 부분이 캔버스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11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거...
아가씨만을 나중에 따로 그려서 붙여놓은 것 같네요.
왜 지금까지 이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죠?

이게 왜 여기에....
더 둘러볼 것은 없는 듯 합니다.

침실을 나가기 전, 뒤를 돌아보면...
액자 속 부자연스럽게 붙여져 있던 네네의 그림만 사라져 있습니다.
붙인 그림이니 어디론가 떨어진 걸까요?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아도 떨어진 그림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자연스러웠던 그림은 아가씨를 그린 부분이 떨어져 어딘가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원본이 드러났기 때문이겠지만,
마냥 편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은 감상입니다.

불편한 마음을 뒤로하고 침실을 나오면,
갑자기 어딘가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들려옵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5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네네의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아까는 분명히 닫혀있었던 것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용인 한 명이 붕대를 들고 아가씨의 침대 앞에서 벌벌 떨고 있습니다.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흰색 이불 위에 선혈이 낭자합니다.
선혈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네네의 손바닥이고,
그 작은 손에는 유리조각이 들려있습니다.
아무래도 깨진 컵의 조각을 집어든 것 같아요.

사용인: 그, 물을 가져다달라고 하셔서 가져다드리고 나오는 길에 깨지는 소리가 들려서 들어와보니...





깊지 않은 상처인지, 당신이 네네의 손목에 붕대를 감아주자 금방 지혈이 되었습니다.
지혈을 마친 네네의 표정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린 소녀의 표정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슬픔을 담은 눈입니다.
오늘따라 유독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눈은 거멓게 죽어있습니다.
네네는 이윽고 너덜너덜해진 손 위에 얼굴을 묻은 채 물 섞인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립니다.



... 유우쨩. 나 자장가가 듣고 싶어. … 가져와 줄거지?


아가씨의 부탁을 듣고 서재에 있는 동요집을 찾기 위해 복도로 나오면,
복도는 눈에 띄게 달라져 있습니다.
방금 전의 화려했던 복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썩은 나무의 끼익 소리가 들려오는 바닥과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곰팡이가 슨 낡은 벽만이 남았습니다 SAN(0/1)

| 기준치: | 46/23/9 |
| 굴림: | 96 |
| 판정결과: | 대실패 |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이 낡아 있음을 과시하는 저택입니다.
저택 안은 조용합니다.
방금까지 청소로 소란스러웠던 저택은 마치 거짓말인 것만 같습니다.
이 저택엔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이 내는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뒤를 돌아 네네를 확인해보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방금 전까지 네네의 옆에서 벌벌 떨고 있던 사용인 역시 사라져 있습니다.
...
3층으로 올라와 왼쪽 복도 끝에 있는 서재의 문을 열면,
서재 역시 당신이 기억하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마치 10년 정도는 방치된 것만 같이 낡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책장의 끝에서 노년의 하녀장이 의연한 표정으로 책의 먼지를 닦고 있네요.
저택의 모두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당신은 반가운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는 책장에서 책 하나를 꺼내더니, 탐사자에게 '마더구스' 라는 책을 건넵니다.
하녀장: 저택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구려. 사라진 사용인들은 찾았나?

하녀장: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만, 확실히 저택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구려.
표정이 좋지 않구먼. 뭔가 묻고 싶은 거라도 있나?

하녀장: 그건...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아가씨가 양녀라는 사실은 알고 있는가?

하녀장: 그래... 알고 있나보군... 아마 최근 들어서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을테고... 자네는 영민하니까 말이야. (나이든 노인네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었다. 이어 작게 한숨을 내쉬곤) 아마 자네가 느낀 그 이상한 점들은... 모두 이 저택의 주인님들이 관련된 일이겠지.
분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종교에 빠져있다는 것은 내 잘 알고 있었다네. 그런데 어쩔 수 없었어, 나는 그분들을 모시며 충성을 맹세하는 자였으니 말일세. 사용인의 덕목은 첫째도 침묵, 둘째도 침묵이지 않는가. 하루하루 저택에는 이상한 책들과 문서들이 쌓여갔어. 그리고 주인어른께선 뜬금없이 아가씨를 양녀로 들이셨지. 그분들은 정말 자식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어. 그건…마치 어딘가에 '쓸' 귀한 물건을 얻은 표정이었지. ... 보통 물건에 돈을 들이거나 하진 않아. 그러니 새로운 초상화를 그리기보단 아가씨의 그림을 위에 덧바르는 편을 선택하신게야. ... 참으로 씁쓸한 일이지.
하녀장은 그저 제 할 일을 하듯, 점점 흐릿해져 가는 손으로 책장을 한 번 닦습니다.

당신의 말에 그는 자신의 사라져 가는 손을 가만히 쳐다보다, 덤덤하게 낡은 공책 하나를 꺼내 건넵니다.
하녀장: 나는 떠날 때가 된 것 같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감세. 나는 죽기 위해서, 자네와 아가씨는… 둘중 하나는 살기 위해서겠지.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니, 현명하게 선택하게나.
노년의 하녀장은 그 말을 끝으로 웃으며, 안개처럼 사라집니다.
이제 당신의 앞에는 마더구스와, 처음 보는 공책만이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공책을 몇 장 훑어보면 월 단위, 혹은 연 단위로 드문드문 그림과 함께 일기가 쓰여 있습니다.
어딜보나 네네의 글씨체인 것 같네요.
이 저택에 처음으로 오게 된 날의 기록,
공부가 지루하다는 내용,
비밀 정원을 찾아냈다는 내용,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작은 친구 이야기,
자신의 소중한 회중시계를 비밀정원에 묻어두었다는 이야기와
자신을 돌봐준 유우치, 당신에 대한 내용…
성장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중간 이상의 페이지부터는 더 이상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날짜의 일기가 벌써 쓰여있네요.
언제 일기를 써서 서재에 갖다 놓기까지 한거죠?

·· HANDOUT ··1866.04.06━━━━━━━━━━━━━━━━━─내일 일로 바빠서 그런지 모두들 별로 상대를 안해준다.
가만히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실수로 큰 꽃병을 깨버렸다.
하녀장한테도 혼나고 유우쨩한테도 혼났다. 내가 아니라 루쨩이 그런건데...
가만히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실수로 큰 꽃병을 깨버렸다.
하녀장한테도 혼나고 유우쨩한테도 혼났다. 내가 아니라 루쨩이 그런건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생각해볼 필요도 없어요, 오늘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뒷장을 넘겨본다.)
이어서 뒷장을 넘기면 검은 크레파스로 규칙없이 마구 칠한 것 같은 기괴한 그림과, 얼룩이 져 번진 글씨의…
내일 일기가 있습니다.
·· HANDOUT ··1866.04.07━━━━━━━━━━━━━━━━━─신님. 내 사람들을 돌려주세요. 내 것들을 돌려주세요.
저택에 하루종일 비명소리가 들려요, 그들을 데려가지 마세요.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들을 데려가지 마세요. 사라지게 하지 마세요.
내가 어제 말을 안 들어서 그러는 거라면, 앞으로 안 그럴게요. 앞으로는 쥐죽은 것처럼 얌전히 지낼게요.
아니면 원래 내 것이 아니라 다시 뺏어가시는 건가요?
가족도 저택도 하인들도 전부 원래 제 것이 아니라서요?
내가 욕심을 낸 탓에, 그래서 벌을 받는건가요?
저택에 하루종일 비명소리가 들려요, 그들을 데려가지 마세요.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들을 데려가지 마세요. 사라지게 하지 마세요.
내가 어제 말을 안 들어서 그러는 거라면, 앞으로 안 그럴게요. 앞으로는 쥐죽은 것처럼 얌전히 지낼게요.
아니면 원래 내 것이 아니라 다시 뺏어가시는 건가요?
가족도 저택도 하인들도 전부 원래 제 것이 아니라서요?
내가 욕심을 낸 탓에, 그래서 벌을 받는건가요?
불안함과 절박함이 묻어나는, 이 역시 아가씨의 글입니다.
견습하인이 했던 말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며 머릿속이 혼란해집니다.
뒷장에선 1년후, 3년후, 4년후…,
글씨체에서 성인의 티가 베어나는 9년후와 10년후의 일기까지 이어집니다.

·· HANDOUT ··1867.04.07━━━━━━━━━━━━━━━━━─이제 제발 용서해주세요. 제발 저를 용서해주세요.
벌이라면 충분히 받았으니 이제 용서해주세요.
매일 밤 저택의 사람들이 꿈에 나와서 제발 살려달라 빌어요.
나는 매일매일 당신에게 용서를 구해요. 이 저택엔 여전히 아무도 없어요.
벌이라면 충분히 받았으니 이제 용서해주세요.
매일 밤 저택의 사람들이 꿈에 나와서 제발 살려달라 빌어요.
나는 매일매일 당신에게 용서를 구해요. 이 저택엔 여전히 아무도 없어요.

·· HANDOUT ··1869.04.07━━━━━━━━━━━━━━━━━─차라리 나를 데려가지 그러셨습니까. 차라리 나도 그들과 같이 사라지게 만들지 그러셨습니까.
괴물을 신이라 부르며 하염 없이 당신에게 비는 나를 좀 봐주세요.
신이시여, 이 모든건 당신의 탓이나이다.
당신이 나를 무력하게, 나를 약하게 만든 탓이나이다.
괴물을 신이라 부르며 하염 없이 당신에게 비는 나를 좀 봐주세요.
신이시여, 이 모든건 당신의 탓이나이다.
당신이 나를 무력하게, 나를 약하게 만든 탓이나이다.

·· HANDOUT ··1870.04.07━━━━━━━━━━━━━━━━━─누군가 집안의 주술서를 대부분 불태워버린 탓이었어.
원래라면 한 사람이 제물로 바쳐져야 했을 주술이 역으로 거행된 것도,
내가 원인을 끼워맞추는 데에만 수 년이 걸린 것도.
이제서야 그들을 되살릴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서야….
원래라면 한 사람이 제물로 바쳐져야 했을 주술이 역으로 거행된 것도,
내가 원인을 끼워맞추는 데에만 수 년이 걸린 것도.
이제서야 그들을 되살릴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서야….

·· HANDOUT ··1872.04.07━━━━━━━━━━━━━━━━━─장의사와의 밀거래로 하인들과 닮은 시체를 몇 구 얻었다.
이 곳에 영혼을 불어넣는 방법을 써보았지만, 그들은 영혼마저 소멸된건지 실패의 실패를 거듭할 뿐이었다.
이름모를 시체들이여, 죽어서도 편히 눈감을 수 없게 해 미안해.
탓하려거든 당신들의 육신을 욕보이게 내버려 둔 당신들의 신을 탓하길.
이 곳에 영혼을 불어넣는 방법을 써보았지만, 그들은 영혼마저 소멸된건지 실패의 실패를 거듭할 뿐이었다.
이름모를 시체들이여, 죽어서도 편히 눈감을 수 없게 해 미안해.
탓하려거든 당신들의 육신을 욕보이게 내버려 둔 당신들의 신을 탓하길.


·· HANDOUT ··1874.04.07━━━━━━━━━━━━━━━━━─미안해. 전부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이 저택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남은 내 모든 생을 걸어서라도 너희들을 살려볼게.
그러니 부디...
내가 이 저택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남은 내 모든 생을 걸어서라도 너희들을 살려볼게.
그러니 부디...


·· HANDOUT ··1876.04.07━━━━━━━━━━━━━━━━━─…또 저택에 이상한 남자가 찾아왔다.
대체 어떻게 알고 이 숲속까지 찾아와서는, 뜬금없이 하는 말이 '환각을 현실과 동화시켜 주겠다'고.
아편이라도 팔겠다는건가?
계약의 조건조차 코웃음이 나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를 돌려보냈다.
하긴...내가 겪은 일도 말도 안되는 일이지. 속는 셈 치고 그 남자를 다시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대체 어떻게 알고 이 숲속까지 찾아와서는, 뜬금없이 하는 말이 '환각을 현실과 동화시켜 주겠다'고.
아편이라도 팔겠다는건가?
계약의 조건조차 코웃음이 나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를 돌려보냈다.
하긴...내가 겪은 일도 말도 안되는 일이지. 속는 셈 치고 그 남자를 다시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 HANDOUT ··1876.04.08━━━━━━━━━━━━━━━━━─믿을 수가 없다.
실제로 만질 수 있고 대화가 되는데, 이게 전부 내 환각이라고?
오늘은 분명 76년의 4월 8일일 텐데, 그들은 오늘이 66년의 4월 1일이라 말하며 장난인 듯 웃어넘기기만 할 뿐이다.
아마 그들에게는 내가 어린 아이로 보여지는 것 같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떠한 행동을 해도,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구는 걸 보면.
실제로 만질 수 있고 대화가 되는데, 이게 전부 내 환각이라고?
오늘은 분명 76년의 4월 8일일 텐데, 그들은 오늘이 66년의 4월 1일이라 말하며 장난인 듯 웃어넘기기만 할 뿐이다.
아마 그들에게는 내가 어린 아이로 보여지는 것 같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떠한 행동을 해도,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구는 걸 보면.
네네의 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이 일기에 따르면…

그래요,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실체가 없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에 의해, 네네에 의해 다시금 만들어진 환영입니다.
어디 당신뿐인가요?
이 저택에 있는 모두가 허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아가씨는?
네네는 대체 어떻게, 무엇을 만들어 낸 것인가요?

당신은 네네의 방으로 향합니다.
이 저택은 뒤틀리고, 공간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모양새였나요?
이 저택은 이토록이나 낡고, 병들어 있었나요.
네네의 방문을 열면, 네네가 아닌 누군가가 침대 위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미 그를 알고 있습니다.
어제 꿈에서 보았던, 당신이 안개 속에서도 끝까지 쫓아갔던 그 뒷모습입니다.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얼굴을 한 그는 애써 웃어 보이며 당신을 맞습니다.
성인의 얼굴이지만, 어린 아가씨의 모습이 뿌옇게 겹쳐집니다.
그래요, 그랬습니다. '나'와 이 저택의 허상을 만들어 낸 건 당신이에요, 네네.



네네는 자명종 시계를 봅니다.
아까 거꾸로 돌아갔던 귀빈실의 시계와는 달리, 시침과 분침은 정확히 돌아가며 1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안경을 한번 걸쳐 올리더니 다시금 입을 떼고는 )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지금 하는 일... 그러고보니 이부분은 말을 하지 않은 듯해 잠시 눈을 굴렸다가) ... 사람들을 살려낼 수 있는 조건은 6일에서 7일로 넘어가는 자정까지 맨정신으로 이 환각을 유지하는 것. 말을 듣지 않아서 미안.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 ... 결국에는 정신력이 온전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지만... 모두를 살려내진 못했지만, 나에게 다정한 유우쨩만은... 유우쨩만은 살았으면 해. 그리고, 음... (말하지 않으면 서운해하겠지. 나중에 미움을 받는 것 보다는 지금 말하는 편이 좋을거라는 생각에 아랫입술을 한 번 꾹 깨물었다가) 이 환각을 유지해서 유우쨩이 살아난다면 나는 반대로 환각과 겹쳐져 소멸하게 될거야. ... 원래대로라면 내가 소멸하는게 맞는 거니까. 슬퍼하거나 하지 않아도 괜찮아. 유우쨩에겐 나를 위한다는 사명이 있다면... 나에게는 올바르게 일을 되돌릴 사명이 있는 걸.
네네는 침대에 기대, 감길 듯 감기지 않은 눈으로 천천히 이야기합니다.
졸음이 가득 담긴 눈으로, 네네가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이제는 결정해야 해요
유우치,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작은 주인이 10년간 그토록 원했던 일을, 당신이 비로소 이뤄준 후 그의 마지막을 지켜볼지.
그를 모시는 자로서, 또 한 번 밤을 샌 작은 주인이 사라지지 않게 … 자장가를 불러주며 이제는 편하게 잠자리에 들게 해줄지 말이에요.


당신은 가지고 온 책을 펴, 익숙하게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네네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뻐끔거리다,
결국 포기했는지 눈을 감고 미미하게 웃습니다.
이윽고 침대에 기댄 네네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창밖의 안개는 천천히 사라집니다.
노래의 가사대로, 하늘 위에는 작은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당신도 역시 서서히 안개처럼 사라져갑니다.
서서히, 아주 천천히 말이에요.
결국엔 형체마저 남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몇 시간이고, 잠이 든 네네를 가만히 응시합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요,
여전히 눈을 감고있는 네네가 팔을 뻗어 책 위에 손을 얹습니다.
당신이 대답을 하거나 말을 걸어도, 둘 사이엔 어떠한 대화도 통하지 않습니다.
네네가 말합니다.
당신은 네네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올립니다.
이미 사라졌기에 닿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전할 말이 있습니다.
END 2. 잘자요, 내 작은 주인님.
[ 네네 생환, 유우치 로스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