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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정원의 아카시아
2022-05-21 ~ 2022-06-22

겨울 정원의 아카시아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려. 그 사람과의 봄을 기다려.
W.요한
2022. 05. 21
KPC : 나나우미 네네
PC : 스오우 유우치
...
..
.
시대의 종식입니다.
언젠가 찾아오리라 여겼던 인류사의 멸망은 대단할 것 없이 찾아왔습니다.
과학자들은 겨울이 오 년쯤 지속된 때부터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포기한 채 손을 놨습니다.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
세계의 절반가량이 기후 변화로 말미암은 폭설로 뒤덮였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쉘터를 만들어 적자생존 하기 시작합니다.
...
유우치, 당신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는 사이 눈을 뜹니다.
몸이 반쯤 눈에 파묻힌 걸 보니... 걷는 도중 기절한 모양이네요.
온몸에 감각이 없는 걸 보니 이대로 가다간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습니다.
스오우 유우치:(눈 속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본다.)
새하얀 눈밭. 그리고,
:유우치. <관찰>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5/37/15
굴림:78
판정결과:실패
……눈밭 위로 발자국이 보입니다.
이 날씨에 발자국이 남았다면 사람이 여기로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이걸 따라가면 뭐라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적일지 아군일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스오우 유우치:.... 지금 상태에선... 가지않는 것보단.. 뭐라도 움직이는게 좋겠지. (하며 옷에 묻은 눈들을 털어내고 다시금 발걸음을 그쪽으로 내딛는다.)
발자국을 따라 언덕 위에 올라서면, 평평한 눈밭위에 볼록 튀어나온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눈으로 뒤덮여있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오랜 경험을 토대로 당신은... 그 정체를 알아챕니다.
얼어붙은 시체.
스오우 유우치:(봐도봐도 익숙치않은 그 모습에 표정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주변을 둘러보며 그 시체의 옷자락을 들춰본다.)
시체 ...아니. 아직은 아닌가요. 옷자락을 들추기 위해 손을 가져다대면 끊기지 않은 미약한 숨결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시체나 다름 없습니다.
지금 이 상태라면 5분도 지나지 않아 제명을 다하고 말테니까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래도요.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을 정도의 무언가가 구비되어있지 않으니까요.
어쩔 수 없죠. 이런 혹한의 추위 속에 이정도 일은 흔한 일.
얼어 죽은 건 불쌍하지만 이게 바로 자연의 섭리입니다.
스오우 유우치:(약한 숨결에 움찔 하고는 손을 떼었다. 그리고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래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이러한 시대에서 살아남기란...)
(... 그래도 내가 살기위해서는. 뭔가 얻어갈만한건 없을 지 살펴본다.)
주머니 속에서 성냥이 몇개 남지 않은 성냥갑과 레트로트 식품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하루를 나기엔 택도 없을 것 같네요.
:유우치, <관찰력>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5/37/15
굴림:71
판정결과:보통 성공
무언가 손에 쥐고 있는 듯 합니다.
스오우 유우치:...? (나머지 물자들을 챙기고는 손을 살펴본다.)
목걸이... 인가요. 숨이 끊어지는 와중에도 이것 하나는 내어줄 수 없다는 듯 소중히 쥐고 있네요.
스오우 유우치:.... 이와중에 목걸이? (무슨 형태의 목걸이인지 자세하게 들여다 본다.)
끝에 로켓이 달려있는 형태의 목걸이로 그다지 값이 나갈 것 같지는 않아 보이네요.
소중한 이의 사진이라도 들어있는 걸까요.
뭐. 이러한 추위속에 가족을 잃거나 하는 일은 흔한 일이니까요.
스오우 유우치:... ....(한참을 빤히 보다가) 네 가족이라도 찾아 전해줘볼까. (혹.. 이걸 빌미로 뭔가 얻을 수 있을지 몰라. 중얼거리며 목걸이를 빼내려해본다.)
목걸이를 빼내려던 중,
:유우치, <듣기>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60/30/12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한명… 아니, 세명인가요.
:이어서 관찰력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5/37/15
굴림:79
판정결과:실패
몸을 주변을 살펴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기분탓일까요?
스오우 유우치:... 뭔가 불안해. (목걸이를 다시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향할 준비를 한다.)
목걸이를 챙겨 다른 곳으로 떠나려던 순간,
누군가가 휘두른 각목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당신의 뒷통수를 후려칩니다.
:유우치, 체력 1d3 감소.
스오우 유우치:
rolling 1d3
(
3
)
=
3
윽.... 뭐, 뭐야? (뒤를 돌아 본다.)
뒤를 돌아보면, 거구의 남성 셋이 눈에 들어옵니다.
괴한 1:칫, 비리비리하게 생겨서 그정도면 될줄 알았는데.
스오우 유우치:.... 칫. (비틀대는 몸을 일으키고 도망치려 시도한다.)
괴한 2:어딜! (네 다리를 노리고 도망가려는 네게 달려든다.)
:유우치, <민첩>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50/25/10
굴림:78
판정결과:실패
아무래도 도망치긴 힘들 것 같습니다.
:
기준치:25/12/5
굴림:84
판정결과:실패
피해:3
아오
레드썬
괴한 2:
기준치:25/12/5
굴림:73
판정결과:실패
피해:2
칫,
눈발이 거센 탓인가, 괴한이 휘두른 둔기는 유우치를 아슬아슬하게 빗겨가 바닥을 내려칩니다.
주변의 두명이 실수를 저지른 이를 비웃기 시작했습니다.
최소한의 동료 의식도 없는 걸까요, 아님 그저 당신을 상대로는 이정도의 방심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덕분에 빈틈이 생긴 것 같습니다.
스오우 유우치:(그 빈틈을 노려 옆으로 뛰쳐나간다.)
:유우치, <민첩>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50/25/10
굴림:87
판정결과:실패
:<행운>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45/22/9
굴림:58
판정결과:실패
... (피를 뚝뚝 흘리며 분한지 괴한들을 노려본다.)
괴한들은 이번엔 당신을 비웃으며 히죽거립니다.
괴한 3:(한참 깔깔거리다가) 걱정 마. 아프지 않게 한번에 보내줄게. (네 머리를 노리고 주먹을 휘두른다.)
기준치:70/35/14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1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50/25/10
굴림:2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에 맞서 괴한의 어깨를 노려 주먹을 내려친다.)
당신의 주먹을 맞은 괴한은 잠시 비틀거리나 싶더니 다시 낄낄거리며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어딘가 상태가 이상한 것 같아요.
:유우치, <지능>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80/40/16
굴림:85
판정결과:실패
뭐... 당신같이 약한 사냥감을 만나 기분이 좋은가보죠.
아무튼, 양쪽이 다 방심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제 당신의 차례입니다.
스오우 유우치:(분하다...)
기준치:50/25/10
굴림:75
판정결과:실패
(피하려고 발버둥쳤지만 아직 몸이 비틀거린다.)
:<행운>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45/22/9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비틀거리며 도망가려던 찰나,
괴한 2:야씨 저녀석 안경 뺏어!!
당신의 안경이 번쩍이며 그들의 눈을 멀게합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아무튼, 도망갑시다.
스오우 유우치:뭐, 뭐야... 칫...
(안경을 고쳐쓰고는 도망간다.)
소리지르는 이들을 뒤로하고 도망칩니다.
아까 얻어맞은 곳이 잘못된 걸까요?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가까스로 도망쳐 언덕 위에 올라서면, 흩날리는 눈밭 사이로 보이는 건...
푸른 이파리입니다.
스오우 유우치:...?
눈이 쌓인 언덕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저건 분명히 죽지 않은 나무 같은데요.
죽기 전에 환각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요? SANc 0/1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50/25/10
굴림:61
판정결과:실패
:<이성 1 감소.>
스오우 유우치:... 이, 이 날씨에 그런 일이 있을리가... (중얼거리며 그 푸른 이파리 쪽으로 다가가 본다.)
나무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당신은 점점 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언덕들에 가려졌을 뿐, 나무는 한 그루가 아닙니다.
당신이 발견한 건 나무들이 울창하게 서 있는 정원입니다.
생김새마저 잊은 지 오래였던 꽃, 들풀 같은 것들이 한데 피어있는 작은 생명의 군락.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한 어느 순간,
아릴 정도의 추위는 사라지고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집이 보입니다.
SAN 1/1d3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49/24/9
굴림:60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3
(
1
)
=
1
:이성 1 감소.
스오우 유우치:...(하, 하... 이제 정말 본인이 죽을 때가 된 건지 환각마저 보이는 자신이 안 쓰러워 허탈하게 웃었다. 이건.. 어차피 진짜가 아니겠지.)
(믿지못할 환경에 분명 꿈이라고 믿는 자신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며 정원 쪽 집으로 다가가본다.)
나무로 된 집은 사람이 살기 좋다기보다는 식물에 잡아먹혔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무너지지는 않은 채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인기척은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문득 추위가 사라졌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고 난 이후부터,
당신은 끔찍할 정도의 허기에 시달립니다.
스오우 유우치:... 이와중에도 배가 고픈건가. 하,하...꿈..꿈이 아닌가?(허탈하게 웃으며) 저런 집이라도.... (하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집의 문고리를 열어 먹을 것이 있는 지 살펴보러 들어간다.)
불도 켜져 있지 않은 내부에 들어서면 점점 더 알 수 없는 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식물을 키우기 위한 집인 것처럼 보입니다.
집 구석구석을 침투한 덩굴과 자유롭게 잎사귀 위에 앉아 있는 벌레들.
……죽어서 환각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요.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나나우미 네네:넌 누구야?
스오우 유우치:....? (사람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러고는 널 발견해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하고) 당신이야말로 누구?... 이 집의 주인?
나나우미 네네:... (경계심 가득한 눈빛을 가만히 바라본다.) 나는 네네. 정원의 주인은 따로 있어. 나는... ...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가만히 눈을 끔뻑인다.) ... 그보다, 그래서 넌 누군데? 여긴 어떻게 들어온거야?
스오우 유우치:.... ... 네네. (그 이름을 듣고 눈을 같이 끔뻑였다. 분명 또래의 여자아이 같은데.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내 이름은.. 유.. 윽, 아니.. 그냥 길가던 사람인데.(평소같으면 절대 알려주지않을 이름이었지만 먼저 이렇게 쉽게 나오는 네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이름을 모두 발설할 뻔 했다. 아차 싶었지만 어차피 짧게 볼 사이일텐데. 그리고 여기가 현실... 인지도 모르겠고.) 여기야말로 어딘지 설명해주겠어? ...난 식량을 찾아 걷고 있었어.
나나우미 네네:... 그럼 밖에서 왔다는 뜻이야? ... (잠시 눈을 도르륵 굴리다가) ... 응. 일단 여기 앉아 봐. 먹을 걸 가져다 줄게. (너를 탁자 앞에 데려간다. 먹을 것을 가져오려는 듯 걸음을 떼려다 멈칫 하고는 네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 가져다 줄 수는 있는데. ... 그전에 치료부터 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 그거. (검지로 제 머리를 가리킨다.)
스오우 유우치:(꿈인지... 현실인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분명 이리 따스했던 날씨도 아니었고 사람에게 온기를 느꼈던 적이 얼마만인가. 네 부름에 이끌려 탁자 앞에 앉아 멍을 때리던 도중, 본인을 가리키는 네 모습에 아? 하며 머리 쪽 을 슥 만져본다. 선명한 붉은 색의 피를 보고서도 분간이 안 되는지 쳐다볼 뿐이었다.) 아.... 근데 치료 할 만한게...
나나우미 네네:... (멍하니 앉은 널 가만히 바라본다. 경계심은 한 톨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관찰이라도 하는 건지 지그시 너를 바라보던 시선은 네 대답에 거두어졌다. 잠시 눈을 끔뻑이다가) 기다려 봐. 음식이랑 연고, 붕대를 가져올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네네는 당신을 두고 부엌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저 아이는 어딘가 이상해요.
네네... 라고 했던가요.
아무런 경계심 없이 제 이름을 알려주는 것도,
식량 및 물건을 가지고 도망갈지도 모르는 당신을 홀로 두고 간 것도.
저 아이는… 어딘가 현실감각이 결여된 듯 합니다.
스오우 유우치:(아무래도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아이는 아닌듯한데, 여태 어떻게 살아 남은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네네가 약과 붕대, 음식들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옵니다.
나나우미 네네:자. (모락모락 김이 나는 야채스튜가 담긴 그릇을 네 앞에 놓아준다.) 속이 비었을 땐 이런 음식이 좋다고 했어. 그리고 이것도. (네 앞에 약과 붕대들을 놓는다.)
(물건을 전부 놓고는 네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여기가 어디냐고 했지? 여긴 정원이야. 주인은 따로 있고, 나는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 ... 밖에서 왔다고 했지? ... 그 사람을 본 적 있어?
스오우 유우치:(앞에 놓인 야채스튜를 보고는 허겁지겁 손을 대려다, 혹시나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닌지 수프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주 약간 찍어 먹어보고는 더 이상 허기를 참을 수 없는지 수프를 먹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 있는 너를 향한 경계심이 완전히 누그러지진 않았다. 어느 정도 수저를 뜨고 놓아, 이런 건 익숙하다는 듯 붕대를 스스로 머리에 감으며) 정원... 정원이라. 이 시대에 그런 게 존재할 리... (없다고 말하려다 바깥을 생각해보고는 말을 그만뒀다.) ... 그 사람? 그 사람이 누군데?
나나우미 네네:(어서 먹으라는 듯 재촉하거나 자신을 의심하는 거냐고 화를 내지도 않은 채 가만히 너를 지켜본다. 수프를 찍어먹을 때부터, 수저를 놓고 붕대를 감을 때 까지. 한시도 눈을 뗴지 않고 너를 지켜보다가, 이어지는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 하며 눈만 끔뻑인다.) 그 사람은 정원의 주인이야. (네 질문의 의도를 알아듣지 못한 듯, 아까 했던 말을 반복한 채 가만히 눈만 끔뻑인다.)
스오우 유우치:(붕대를 감다가 멈칫, 하며 너를 쳐다본다.) ... 그러니까, 이 정원이란 거 자체가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여기만 이렇게 따뜻한건데? 정원의 주인?이라는거 자체가 이해가 안 가. 이런 곳이 세상에 존재 할리가 없어. 혹시 사후세계라던가 그런거야? (본인이 이야기하고도 어이없고 그럴리 없다는듯 픽 웃었다.)
나나우미 네네:(무수히 많은 질문에 고장 난 듯 멍하니 너를 바라본다.) ... ... (한참 뜸을 들이다가) ... 그런 건 나도 몰라. 그냥, 어릴 때 이곳에 왔고, 이곳의... 그러니까, 정원의 주인에게 정원을 관리하는 법을 배웠어. 어떻게, 라든가. 그런 건 잘 몰라. 그냥... 배운 대로 이곳을 관리하면서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사후세계, 라든가. ... 그런 것도 잘 모르겠고.
스오우 유우치:... 하, 됐다. 그래 알겠어. 네네? 라고했던가... (딱 봐도 어딘가 수상하고 이상해보이는 아이였는데 물어본 내 잘못이지. 그렇지만 네 눈빛에서 거짓이 보이지 않아 어쩐지 마음 한 쪽이 불편하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 그러면 나한테 이렇게 호의를 베풀어 주는건 뭔데. 너도 나한테 원하는게 있는거지.
나나우미 네네:(가만히 눈을 끔뻑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딱히 이게 호의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알았어? 응. 있어. 원하는 거. 아까부터 말하고 있잖아. 정원의 주인, 본 적 있어? ...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져버렸어.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데... 슬슬,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목소리는 어떤지까지 전부 까먹어 버릴 것 같거든. ...뭐. 몰라도 상관없어. 밖은 넓다고, 아무리 걸어도 새하얀 눈들뿐이라고 그랬어.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스오우 유우치:... 일단 정원의 주인이라는거. 어떻게 생겼는 지도 모르겠고...나도 받은게 있으니 도와주고싶지만, 네가 생각나는게 없다면 나도 도와줄 수 없어.... (네 말을 들으며 흠칫 놀라곤)..... 그러면 한 번도 여기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거야?
나나우미 네네:음... 응. 여기에 들어오고 나서는 한 번도 나간 적 없어. 밖은 어린아이가 가기엔 위험하다고 했거든. 그리고 지금은... 내가 나간 사이에 그 사람이 돌아오면 어떻게 해. ... (표정에 큰 변화는 없었으나 어쩐지 시무룩한 듯했다. 잠시 눈을 도르륵 굴리다가) 생긴 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 아, 하지만... 나이가 많았던 것 같아. 정원일을 오래 했던 것도 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손을 잡아줄 때... 약간 주름지고 거칠었던 걸로 기억해. ... 오래된 기억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응.
스오우 유우치:(여태 나가 본 적이 없다니. 그야말로 온실 속 화초같은 아이구나. 그 말을 끝으로 빤히 쳐다봤다. 한참을 뜸들이고는 입을 떼며) 아쉽게도 그런 추상적인 묘사로는 그 정원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어. 정 그렇게 찾고싶다면 아마 네가 말한 것 처럼 이 정원을 나가봐야하겠지. ... 그렇지만 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이 세상은 혹독해.(처음보는 아이였지만, 이 세상에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라는 것을 언뜻 느끼자 어쩐지 걱정이 되는 자신이었다.) 굳이 꼭 찾아야하는 거야?
나나우미 네네:... (멍하니 너를 올려다본다. 한참을 끔뻑이다가 고개를 내젓는다. 찾을 수 없을 거라는 말에도 탁한 보랏빛 눈은 흔들림이 없었고, 마치 그가 돌아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듯했다.) 으응, 굳이 찾을 필요는 없어. 그 사람은 돌아올 거니까. ...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니까.
(말을 마치곤 시선을 내려 가만히 네 앞에 놓여진 스튜 그릇을 바라본다. 무언가 생각하는 건지, 잠시 뜸을 들이다가) ... 밖은 혹독하다고 했지? ... 하루 정도는 이곳에서 머물러도 좋아. 방은 계단 위쪽으로 올라가면 있어.
그 말을 끝으로 네네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하루 정도는, 이라니. 바깥은 여전히 겨울이고 이곳은 왜 봄인지도 알 수 없는데, 속 편하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던가요.
아니, 애초에 이해할 수 없는 공간과 사람일지도 모르죠.
스오우 유우치:... (아직도 이 상황이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채로, 여전히 너를 쳐다봤다. 정말 여기에서 지내도 되는지 아직도 의심이 가지만, 현재 나로서는...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네네의 뒷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계단 위로 발을 옮긴다.)
나나우미 네네:(2층 복도에 서서 가만히 눈을 끔뻑이다가 네 모습이 보이자 계단 바로 옆의 방문을 가리킨다.) 저기. 저 방을 빌려줄게.
스오우 유우치:(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보다는 많이 약해진 모습이지만 여전히 경계했다. 세상에 아직도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듯..) 알겠어.
당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네네 역시 고개를 끄덕이곤 맞은편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방 안으로 사라지는 네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랜 시간 피로에 젖어 있던 탓인지, 몸이 강제로 무거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만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스오우 유우치:(너무 한꺼번에 밀려온 많은 일들에 머리가 아픈 지 표정이 좋지 않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몸을 맡긴다.)
...
..
.
아득한 무의식 너머에서 기억들을 되새깁니다.
당신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등을 떠밀었던 시절을 압니다.
누군가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시대.
끊이지 않는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내일을 향한 희망이 아닌 오늘의 절망을 이겨내는 것에만 급급했던 사람들.
당신은 그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의 죽음을 방관하고, 때로는 그 손으로 직접 목숨을 거둬야하는 순간이 오기도 했죠.
물론, 당신은 끝까지 버텼습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봅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죽은 자의 시체를 딛고 있을 뿐입니다.
홀로 고고하게 서있는 재수없는 녀석이라고 했던가요.
아마 뒤에서는 더한 욕들을 주고받았을 겁니다.
마지막 남은 물자를 차지하기 위해, 당신을 죽여 살아남기 위해.
당신의 목을 조르던 사람을 기억하나요.
당신은 어떻게 했습니까?
숨이 끊기기 직전의 순간…….
...
..
.
헉.
심장이 세차게 뛰는 감각과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은... '살아남은 자'입니다.
...
잠에서 깨어나니 그제야 방의 구조가 제대로 눈에 들어옵니다.
스오우 유우치:... 꿈이었나.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일어나 방을 살펴본다.)
누군가 사람이 직접 만들어둔 듯한 책상과 침대, 방의 구석에는 어린아이가 가지고 놀 법한 나무로 된 장난감들이 놓여 있습니다.
이곳에서 아이라도 지냈던 걸까요?
스오우 유우치:... 여기서 본 아이라면, 그 아이뿐인데. (하며 장난감들을 괜히 매만져본다.)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는지 먼지가 쌓여있습니다.
그러고보니, 꽤 오래 전에 들어왔다고 했던가요.
어릴적에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인 것 같네요.
최근에는 손도 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오우 유우치:... (책상 위에는 볼 게 없는 지 살펴본다.)
책상 위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듯한 조각상들이 두어개 놓여있습니다.
:유우치, <지능>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80/40/16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동물... 인가요?
앞다리에 비해 뒷다리가 매우 긴 생물...
뭐랄까.. 매끈하게 생긴...
당신은 예전에 읽었던 백과사전의 내용을 기억해냅니다.
개구리... 라고 했던가요.
귀여운 동물은 다 놔두고 왜 하필 이런 기괴하게 생긴 조각을 둔걸까요?
스오우 유우치:... 이 방 주인은 취향이 특이하네. (...개구리. 나름 귀여울지도.)
특이한 취향을 가진 건 당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뭐. 그 외엔 둘러볼 것이 없는 듯 합니다.
스오우 유우치:(-_-)
(몸을 일으켜 밖으로 향하는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섭니다.
잠시라도 좋으니 이 집과 정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스오우 유우치:... 그 친구 방은 맞은 편이라고했나? (맞은 편의 방 앞에 서서 똑똑 두드려본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미 밖으로 나간 모양이에요.
스오우 유우치:... 이미 일어난건가.
(1층으로 내려가본다.)
지도1층
스오우 유우치:(내려오자마자 마주친 거실을 살펴본다.)
거실이라기엔 딱히 사람이 쉴 만한 공간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햇빛을 많이 쐬면 안 되는 식물들이 안쪽에 들여져 있고, 물뿌리개와 삽, 영양제, 빈 화분 같은 게 놓여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꼭 식물을 위한 집처럼 보이네요.
<반려동물>, <식물들>, <메모> 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스오우 유우치:(식물들에게 가까이 가본다.)
식물들은 잘 관리가 되고 있는지 생생합니다.
죽은 이파리나 해충도 꼬이지 않은 게 제법 숙련된 관리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유우치, <관찰력>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5/37/15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흙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래쪽에 식물마다 작은 메모로 이름이 붙어 있는 게 보입니다.
물을 주는 주기도 적혀 있네요.
스오우 유우치:... 꽤 꼼꼼하게 관리가 되고 있네.
(반려동물에게 가까이 가본다.)
앞발과 꼬리, 날개를 가진……. 대형견만한…….
얼굴이 없는 동물입니다.
이 동물의 이름이 뭘까요?
전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네네와 당신을 경계하지 않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스오우 유우치:....?...
울음소리를 내는 대신 꼬리를 휘적이거나 날개를 퍼덕이는 것으로 의사 표현을 대신합니다.
SANc 0/1d3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48/24/9
굴림:1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스오우 유우치:... (짐작도 가지않는 모습에 사뭇 놀랐지만, 이내 진정하고는 앞발을 한번 만져본다.)
동물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가만히 앞발을 내어줍니다.
꼬리가 붕붕 흔들리는 것을 보아 기분이 좋은 듯 합니다.
스오우 유우치:... 이런... 이런 것과 같이 살고 있는건가? (... 어쩐지 강아지 같지만... 전혀 아닌 외관이... 신기한듯 쳐다본다.)
(메모에 다가가본다.)
식물들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관리법, 요리법까지 적혀 있는 메모입니다.
혼자 보는 용도로 썼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정성스럽네요.
스오우 유우치:... 이걸 그 꼬마가... 다 쓴거야? 아니면 그 주인이라는 사람이 쓴 건가.
(다른 것은 볼 게 없는 지 둘러본다.)
그 외에 살펴볼만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스오우 유우치:(이어진 부엌으로 가본다.)
채광 좋은 자리에 있는 부엌입니다.
바깥에서는 눈보라로 햇빛을 본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채광이 좋다니,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긴 하네요.
나무로 된 구조물과 깔끔하게 정리된 식기류가 보입니다.
스오우 유우치:(특별한 점은 없나... 괜히 의자에 앉아 살펴본다.)
:유우치, <관찰력>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5/37/15
굴림:94
판정결과:실패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는 것 같네요.
그저 평범한 부엌일 뿐입니다.
스오우 유우치:... 딱히 볼 건 없는 것 같네. (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있는 정원으로 나옵니다.
네네가 정원사여서인지 특별히 가지를 친다거나 미관을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네요.
각각 식물들이 필요한, 원하는 자리에서 자유롭게 자라고 있습니다.
사는 동안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 상상이나 했었나요.
온화한 공기와 바람결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로 오랜 시간 태도처럼 달고 살던 긴장이 녹는 기분입니다.
스오우 유우치:... 이런건 책에서나.. (잠시 풍경을 감상하며 넋을 놓고는 바라봤다. 정원에서 찾아볼 건 없을까 둘러보며)
닭장과 나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스오우 유우치:(닭장 쪽으로 가본다.)
많지 않은 닭들을 키우고 있는 닭장입니다.
실상 닭장이라고는 해봤자 문이 열려 있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네요.
닭 몇 마리와 병아리들이 쫑쫑 돌아다닙니다.
얻을 수 있는 건 딱히 없습니다.
계란 정도는 챙겨도 좋습니다.
닭을 안고 다닌다거나…….
스오우 유우치:... 닭을 이렇게 보는건 처음이야. (신기해서 이리저리 안경을 으쓱이고는 쳐다봤다. 눈치보다가 따스한 달걀을 하나 집어보고는 닭 눈치...)
다행히도 닭은 눈치채지 못한 듯 여유롭게 모이를 쪼아먹고 있습니다.
스오우 유우치:(안도의 한숨)..
(달걀을 품에 안고는 기분이 좋게 나와서 나무쪽으로 향한다.)
귀엽네
아무튼, 쫑쫑 나무쪽으로 향합니다.
정원 내에는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가지각색으로 자라고 있지만, 그중에서 눈에 띄는 건 한 나무의 군락입니다.
작지 않은 크기의 나무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비록 좁은 공간이나마 숲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유우치, <관찰력>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5/37/15
굴림:3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나무의 한구석, 손이 들어갈 법한 큰 구멍이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발생했다기에는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 있네요.
스오우 유우치:...? (손을 넣어본다.)
손 끝으로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느껴집니다.
구겨진 종이인듯 해요.
스오우 유우치:(종이를 꺼내 펼쳐본다.)
아마 책의 일부 페이지였던 것 같습니다/
종이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변색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여기저기 썩어 문드러졌지만,
그래도 몇 문장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오우 유우치:... 꽤 오래 있었나보네. (읽어봅니다.)
……조금 앞뒤 없는 내용이네요.
스오우 유우치:(무슨 뜻 인지 도통 알 수없는 말에, 일단 주머니에 종이를 넣고봤다.)
종이를 주머니에 구겨넣습니다.
이 외의 볼일은 없는 것 같아 몸을 돌리려던 중,
쨍그랑!
스오우 유우치:?
거실에서 난 큰 소리에 조용하던 곳이 금세 시끄러워집니다.
스오우 유우치:(큰 소리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뛰쳐간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거실로 향하면, 유리로 된 식물의 영양제를 들고 고민하고 있는 듯한 네네가 보입니다.
바닥에는 이미 깨진 영양제 병들이 굴러다니고 있네요.
스오우 유우치:... 이게 무슨 상황이야? (하며 영양제와 네네를 번갈아가며 보다가 네네 쪽을 바라봤다.) 괜찮아?
나나우미 네네:(병을 노려보다말고 네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널 바라본다. 고개를 끄덕이며) ... 응. 자주 있는 일이라 괜찮아. 이거, 뚜껑을 따는 게 어려워서 늘 몇 번 병을 깨뜨리고 나서야 열 수 있거든.
말을 마치곤 들고있던 병을 돌리다가 놓쳐 다시 깨뜨리고 맙니다.
나나우미 네네:... 오늘따라 끈질기네.
스오우 유우치:... 그렇다고 이렇게 깨뜨리는건... 줘봐. (하며 남는 영양제가 있는 지 물어보는듯 손을 내밀었다.)
나나우미 네네:... (이걸 맡겨도 되나... 하는 눈으로 너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네게 다른 병 하나를 건넨다.) 자.
스오우 유우치:(병을 들고는 여는 시늉을 해본다.)
네네의 말대로 잘 열리지 않네요.
거 보라는 듯 네네가 눈을 끔뻑입니다.
:유우치, <관찰력> 판정.
스오우 유우치:(땀삐질...)
기준치:75/37/15
굴림:2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자세히 살펴보니, 병의 구석에 '여는 법' 과 '사용 방법' 이 적혀 있습니다.
스오우 유우치:(병에 눈을 가까이 대고 살펴본다 빤...)
힘을 주어 누른 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된다고 적혀있네요.
스오우 유우치:(사용설명서대로 병 입구를 누르고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려봤다.)
뽁, 소리와 함께 손쉽게 열리는 모습을 본 네네가 눈을 반짝이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스오우 유우치:(어쩐지 좀뿌듯하다...)
자.
그만 깨뜨리고.
나나우미 네네:.... 응. 고마워. ... 어떻게 했어? 나는 몇번을 해도 안되던데...
스오우 유우치:여태 사용설명서도 안 읽은거야? 여기 한 번 봐봐. 응. (작은 글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떻게 열어온거지...) 그보다 얼른 여기부터 치우자. 그러다 다쳐.
나나우미 네네:...?
(멀뚱히 눈을 끔뻑이다가) ... 글을 읽을 줄 알아?
스오우 유우치:... 그럼 넌 몰라?(오히려 이쪽에서 당황스럽다는듯)
나나우미 네네:... 응. 그 사람이 가르쳐준다고 했는데... ... 아직 배우지 못했어. ... 있지, 나 글 가르쳐줘. 공부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사람이 나한테 편지를 줬어. 분명 자기의 행방에 대해 적어두었을거야. ... 그런데 읽을 수가 없어서...
... 부탁할게. 대신 글을 가르쳐주는 동안에는 여기서 계속 머물러도 좋아.
스오우 유우치:... 그럼 여태 다 써놓은 메모들도... 그 사람이 하고 갔구나.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들을 치우며) 글 쯤이야... 어느정도는 가르쳐 줄 수 있어. 근데 편지를 줬다고?
나나우미 네네:(네가 유리 조각들을 치우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저 또한 쪼그려 앉아서는 조각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 응. 편지. ... 몇번이고 읽으려고 노력해봤는데... 역시 혼자서는 무리인 것 같더라고. ...... (슬쩍 네 눈치를 본다.) ... 가르쳐줄 거야?
스오우 유우치:... (잠시 한번 흘긋 너를 보고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가봤자 금방이라도 죽을게 뻔한데. 여기에서라도 지내면... 괜찮겠지.) 응. 알겠어 가르쳐줄게.
나나우미 네네:정말? 그럼 약속이야. ... (혹시라도 네가 말을 무를까 슬금 네 눈치를 보다가 어딘가로 뛰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이용 동화책을 들고 와 네게 내민다.) 가르쳐줘.
스오우 유우치:지금 당장?...(책을 들고 오는 너를 보자, 조금은 당황한듯 보였다. 그렇지만 거실 한 켠에 자리잡아 능숙하게 동화책을 피며 이리로 오라는듯 옆 자리를톡톡 쳤다.)
나나우미 네네:(기쁜 듯 후다닥 달려가 네 옆에 앉는다. 눈을 반짝이며) 나 준비 됐어.
스오우 유우치:응, 그럼 ... 어, (크흠,목소리를 다듬더니 네게 책을 보여주며) 어느 날 아주 아리따운 공주가 금으로 만들어진 공을 가지고 숲에서 놀다가, 실수로 공을 샘에 떨어뜨렸어요. (한 문장 한 문장 말하며 네 눈치를 본다.) 이 부분은 이렇게 읽으면 되는거야.
나나우미 네네:어느날... ... 아주, ... 음, 이거는 뭐라고 했지?
:유우치, <교육>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0/35/14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거는 아리따운. 이라고 읽으면 돼.
나나우미 네네:아리따운... 아주.., 응. 이거,  라고 읽는구나. 아.. 응.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곤) 그럼, 그 다음은? 그 다음 줄은 어떻게 읽어?
스오우 유우치:...잘 이해하고 있는거 맞지? ... 음... 그러자 한 개구리가 나타나서는, "공주님, 제가 공을 찾아드릴테니. 저와 하루를 같이 지내주시겠어요?" 하고 부탁했어요.
나나우미 네네:개구리? (글을 배운다기보단 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듯 하다가 이야기 중간에 들려오는 단어에 눈을 반짝이며 널 바라본다.) 개구리. ... 개구리, 어딨어? 어떻게 쓰는거야?
:유우치, <교육>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0/35/14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개구리는 이런식으로 쓰면 돼. (한 글자 한 글자 바닥에 정성스레 써준다. 네가 이해하기 쉽도록.) 어때, ... 개구리가 맘에 들었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나나우미 네네:(바닥에 적혀가는 글자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 응. 알겠어. 개... (허공에 휘적이며 글자를 써내려간다.) 구,... 리. ( 정확히는 개고리 라고 적고는 눈을 반짝이며 널 바라본다.) 응. 나 개구리 좋아해. 귀엽잖아. 그 사람이 개구리 조각도 많이 만들어줬는데...
스오우 유우치:... (어쩐지 피식하고 웃으며 네 손을 붙잡고 바닥에 다시 또박또박 '개구리'라고 적어준다.) 개, 구, 리. 어때. 알겠지? .. 아, 안 그래도 그 내가 잤던 방에 조각상이 있던데... 원래 네 방이었어?
나나우미 네네:아.. (가만히 네가 써 내려가는 글자를 보다가 두 번째 글씨까지 적었을 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작게 키득거린다.) 크, 간지러워. (한참을 더 꼼지락거리다가 이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응. 알겠어. (만족한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좋아. 이 이상 배우면 까먹을 것 같은걸.
그리고, 응. 내 방이었어. 그 사람이 떠나기 전까지는... ... 지금은 쓰지 않는 방이지만 그 사람이 오면 다시 작은 방을 쓸 거거든. 그러니까 너무 더럽히거나 하면 안 돼. 알았지?
스오우 유우치:응, 뭐 알겠다니까 다행이네. (고개를 끄덕이며) 공부에는 복습이 중요해. 아, 복습이 무슨 말인지 모르나. 여러번 많이 보는게 중요하니까. 자기 전에도 생각해보고 틈 날때마다 떠올려봐야 글을 배우기 편할거야.
... 뭐 딱히 더럽힐 생각은 없었거든? (괜히 안경을 으쓱 올려보았다.) 알겠어.
나나우미 네네:(뭔가 조금 질린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으응... 알았어. 하암. 난 이만 잘래. (누가 봐도 어색하게 하품을 하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고마워.
창 밖을 보면 어느새 어두워진 것 같습니다.
변명인 것 같았는데... 확실히 졸려할만한 시간이네요.
네네는 어제 그 방에서 자면 된다고 알려주곤 계단 위로 올라가버립니다.
스오우 유우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자신도 네네를 따라 올라간다.)
계단 위로 올라가면 방에 들어가려던 네네가 당신을 발견하곤 손을 작게 흔들며 인사합니다.
나나우미 네네:잘 자.
제 말만 하곤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네요.
스오우 유우치:(자신도 손을 흔드려다가 머쓱하게 내리며, 들어간다.)
방으로 들어가면, 탁자 위의 개구리 조각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까 말한 그 조각들인가봐요.
그러고보니 가져온 책도 개구리에 관한 책이었죠.
어지간히도 좋아하나 봅니다.
스오우 유우치:... 역시 꽤 특이해.( 괜히 개구리조각상을 만지작)
질감을 구현하려 한 것인지 꽤 매끈한 조각상입니다.
스오우 유우치:그 분도 참 장인이시네... (하며 침대로 몸을 돌려 누웠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습니다.
그럼, 잘 자요.
...
..
.
…….
이곳이 꿈임을 인지하기도 전에, 당신은 눈의 언덕을 오르고 있습니다.
방향조차 구별할 수 없는 백야.
정처 없이 걷는 당신을 어느 얼굴 없는 짐승이 이끕니다.
목적지 따위가 정해진 일은 없지만, 당신은 본능에 따라 당신에게 주어진 길이 이것뿐임을 알아차립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기억을 더듬고 있습니다.
남의 것처럼 느껴지는 낯선 기억을.
짐승을 따라 도착한 곳은 눈밭의 작은 정원입니다.
당신은 이곳을 알고 있습니다.
시리도록 추운 재난에서 동떨어진 하나뿐인 낙원.
정원에 도착하고도 당신은 여전히 이가 부딪힐 정도의 추위를 느낍니다.
아직 당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시점의 정원이어서일까요.
안에서는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오고,
집 안으로 들어선 당신은 알 수 없는 힘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정원의 주인:한동안은 너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수도 있어.
나나우미 네네:그렇지만... 나는 아직 어린 걸.
정원의 주인:잘할 수 있을 거야.
나나우미 네네:그냥... 가지 않으면 안 돼?
정원의 주인:그러고 싶지만, 때로는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까.
중년, 혹은 노년. 그 중간쯤 되는 어른이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어른은 한참 아이를 바라보다 그 이마에 입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저 사람이 네네가 말하는 정원의 주인이었을까요.
저런 어린아이를 두고 떠나야 하는 일이라는 게 있단 말입니까.
당신이 선 자리에서는 주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구석에서 잠든 애완동물의 머리를 쓰다듬은 주인이 말을 잇습니다.
정원의 주인:……금방 돌아올 거야.
순간 정원의 주인이 당신을 돌아보고, 그와 눈이 마주칩니다.
심장이 멎는 듯한 감각과 함께 당신이 선 곳이 무너집니다.
꿈 속에서의 추락.
가슴이 턱 막힌 듯한 답답함과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누워 있는 당신의 상체 위에 애완동물이 올라타 있는 게 보입니다.
스오우 유우치:?...윽...
당신이 일어난 듯 보이자 당신의 몸 위에서 내려온 동물은 기쁜 듯 꼬리를 흔들고 있네요.
밥을 달라는 것 같지는 않고... 애정 표현이라도 하는 걸까요?
스오우 유우치:... (괜히 몸을 쓰다듬어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아침이 밝았음에도 어쩐지 어제보다 하늘이 어둡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스오우 유우치:... 분명 어제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어둡다는 느낌을 받긴했지만, 그냥 넘겨버리고는 문 밖으로 향한다.)
문 밖으로 나섭니다.
복도로 나서면 보이는 큰 창문에 어두운 하늘이 더욱 잘 보이는 듯 합니다.
이곳도 악천후라는 게 존재하던가요.
완벽한 낙원 같은 곳은 아니었던 모양이죠.
스오우 유우치:.... 좀 있다 한 번 물어 볼까. (하며 복도 쪽 창문에 다가가 하늘을 다시금 바라본다.)
어두운 하늘... 이지만, 뭐. 큰 문제는 없겠죠. 오히려 매일 맑은 하늘인 편이 더 부자연스러우니까요.
스오우 유우치:...(그렇지만 이미 이 정원이라는 존재 자체가 부자연스러운데도.)
(찝찝한 마음을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식물들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네네가 보입니다.
스오우 유우치:... 뭐하고 있어? (옆에서 다가와 묻는다. 꽤 심각한 표정인 너를 보고는 본인도 조금은 눈썹을 찌푸려)
나나우미 네네:... 식물들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어. ... 어쩌면 좋아?...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
스오우 유우치:... ?... 어제 준 영양제가 잘 못 된건가. 아, 오늘 날씨도 어제보다 더 안 좋던데. 그거 영향일 수도 있으려나. 네네, 뭔가 아는 거 없어?
나나우미 네네:... 모르겠어. 영양제가 잘못되었을 리는 없어. 식물 관리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 내가 아는 한 그래. ... (잔뜩 시무룩해져서는 이파리 끝을 만지작거린다.)
스오우 유우치:...하루 아침에 이렇게 상태가 안 좋아 질 수 있나? 뭔가 문제가 생긴게 분명해. (식물을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
:유우치, <자연>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60/30/12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확실히 짧은 시간 사이에 식물들이 급격히 생기를 잃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식물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스오우 유우치:... (시무룩해하는 네네의 모습을 보니 어쩐지 안쓰럽다는 생각에) 뭔가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특정한 요인을 알지 못하니 어찌 할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네네는 식물들이 생기를 잃은 이유를 알아내느라 여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잠시나마 그를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스오우 유우치:...(잠시 네네 곁에서 멀어지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1층은 이미 둘러보았으니... 2층과 지하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스오우 유우치:(2층으로 올라가보았다.)
지도2층
스오우 유우치:... 음, 한 쪽은 내가 지내는 방일테고.. 그럼 큰 방을... (가봐도 되나.. 일단 문고리를 열어본다.)
안쪽에 있는 큰 침실입니다.
큰 침실이라고는 해도 작은 침실보다 한 평 정도 더 넓을 뿐, 드라마틱한 크기 차이가 있는 건 아닙니다.
평소 네네는 이곳에서 지냈던 모양이네요.
<침대> 와 <책상>, <서랍> 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스오우 유우치:(네네가 지내던 침대 앞으로 가 본다.)
성인 남성 한 명이 사용하기에도 넉넉해 보이는 침대입니다.
크기도 확실히 크고 안락하지만 어쩐지 생활감이 있다는 느낌이네요.
몇 번 물려가며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오우 유우치:음... (다른 특별한 점은 없는 지 이불을 살펴본다.)
이불 또한 별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만, 저게 뭐죠?
이불 안에 무언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습니다.
스오우 유우치:(?... 이불을 들춰본다.)
이불을 들춤과 동시에,
무언가가 당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옵니다.
스오우 유우치:??
어찌 할 새도 없이,
차갑고 질척하고 작은 무언가가 당신의 얼굴에 찰싹 붙습니다.
개굴.
스오우 유우치:에?
(깜짝 놀란듯 얼굴에 붙은 무언가를 당장 떼어내 확인해본다.)
작고 귀엽고 깜찍한...
반려 개구리 입니다.
스오우 유우치:이,이,이런 개구리를 키우고 있었어?
개구리는 당신의 손 위에서 몇 번 개굴개굴 우나 싶더니 뛰어올라 도로 침대 안으로 들어갑니다.
스오우 유우치:.... 이런 침대 안에서 살아도 괜찮은거야? 아니, 그보다 개구리를?... (당황)
저 곳이 보금자리인 것 같네요.
스오우 유우치:... 일단 조금 이따가 네네한테 물어볼까.. (여전히 땀을 삐질거리며 옆 책상에 눈을 돌린다.)
원목을 깎아서 만든 듯한 책상입니다.
전문가가 만들었다기에는 조금 조잡한 감이 있지만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유우치,<관찰력>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5/37/15
굴림:41
판정결과:보통 성공
책상의 한구석, 낙서 같은 칼집이 나 있는 게 보입니다.
스오우 유우치:(자세히 들여다본다.)
횟수나 날짜를 세어둔 것 같은데요.
자그마치 30개가량은 되는 것 같습니다.
스오우 유우치:... 무슨 날짜를 세고 있던 거지.
(다른 특별한 점은 없나 살펴본다.)
다른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스오우 유우치:... 혹시 네네가 여태 날짜를.. (조금 안쓰럽다는 맘이 들며, 나머지 서랍으로 눈을 돌렸다.)
서랍은 총 두 칸입니다.
스오우 유우치:(위쪽 칸을 열어본다.)
첫 번째 서랍에는 색연필이나 크레파스, 연필과 지우개 같은 그림 도구들이 들어 있습니다.
스오우 유우치:네네가 가지고 놀던 것인가보네.
(그 아래 칸도 열어본다.)
두 번째 서랍에는 수십 권의 스케치북이 들어 있습니다.
이 집에서 지내며 네네가 지닌 취미기라도 한 걸까요.
스오우 유우치:...!
아래쪽에 있는 스케치북일수록 어린이가 그린 것 같은 티가 나는 그림이며,
위쪽의 스케치북일수록 점점 실력이 늘어 제법 프로라고 해도 믿을 법한 실력의 그림들이 있습니다.
스오우 유우치:... 이 정도의 양이면... 정말 꽤 많은 시간이...
아무래도요. 오래전에 들어와서 단 한 번도 나간 적 없다고 했던가요.
그동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왔다면... 이만큼 쌓일 만도 하네요.
:유우치, <자료조사>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60/30/12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가장 위쪽에 있는 스케치북을 살펴보던 당신은 문득 한 사람의 그림이 유독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어느 그림에도 얼굴은 제대로 나와 있지 않고, 대부분 뒷모습이나 흐릿한 옆모습을 그려둔 그림입니다.
그 중, 당신은 그림 하나에서 시선이 멎습니다.
분명히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지만, 얼굴이 완전히 비어 있는 그림.
성별도 나이도 인상도 추측할 수 없는 텅 빈 종이.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라 해도 순간 스치듯,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느껴집니다.
스오우 유우치:...
꿈 속에서 본 사람...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
밖에서 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째서 그토록이나 절실해 보였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움. 소중한 이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그리움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성별도 나이도 추측할 수 없는 그림으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 정원을 떠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겠죠.
스오우 유우치:... 네네는 계속 이 사람을 기다려왔구나.
(중얼거리며 스케치북을 매만졌다.)
스케치북 특유의 거친 질감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이외의 특별한 것은 남아있지 않은 듯합니다.
이만 방을 나서도록 할까요?
스오우 유우치:(스케치북을 덮고 다시 방을 나서기로했다.)
스케치북을 도로 자리에 돌려두곤 방 밖으로 나섭니다.
스오우 유우치:..이왕 올라 온 거 여기도... (작은 침실의 문을 열어본다.)
작은 침실로 들어갑니다.
안쪽의 큰 침실에 비해서는 작은 침실입니다.
유우치, 당신이 한동안 생활할 곳이기도 하죠.
창문이 넓어 채광이 잘 되며, 벽 곳곳에 크레파스로 낙서가 되어 있습니다.
<벽의 낙서> 와 <침대>, <창문> 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스오우 유우치:(벽의 낙서에 눈이 갔다. ... 이런 곳에?)
어린 아이가 그려둔 듯한 낙서입니다.
여러 풍경이나 나무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색색이 다채롭네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록색 덩어리들입니다.
사과… 는 아닌 것 같고…
툭 튀어나온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아 무언가 생명체인 것 같긴 한데…
어린아이의 그림이라 그런지 뭐가 뭔지 알아볼 수가 없네요.
스오우 유우치:..... ?... (초록색 낙서들이 의문스럽지만, 어린아이라면, 아마 상상의 동물 .. 뭐 그런게 아닐까. 분명 네네가 그렸겠지…. 이 곳에 사는 어린아이는 그 아이밖에 없을 테니. 골똘히 쳐다본다.)
:유우치, <관찰>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5/37/15
굴림:51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림의 구석,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듯한 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사람이 정원의 주인이라던 사람일까요.
어쩐지 낯익은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스오우 유우치:(... 네네는 그 정원의 주인이란 사람을 의지했던걸까. 그 어린 아이를 혼자 두고 가다니... 어쩐지 한숨이 나온다. 다른 건 볼 것이 없나 눈을 굴려본다.)
:유우치, <관찰>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5/37/15
굴림:86
판정결과:실패
생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새하얀 풍경.
겨울을 그려둔 그림이 보입니다.
확실히 네네는 처음부터 이곳에 있던 사람은 아닙니다.
높이 쌓인 눈 언덕, 쓰러진 사람들.
굳게 닫힌 쉘터를 연상시키는 그림에 순간 물 밀듯 바깥의 기억이 몰려듭니다. SANc 0/1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48/24/9
굴림:83
판정결과:실패
벽의 낙서는 이게 다인 것 같네요.
스오우 유우치:...(이런 겨울의 날도 언젠간 끝이 나길 빌지만, 과연 내가 살아있을때 그것이 이루어질 지 의문이다. 어쩐지 그림을 보고있자니 머리가 아파져 미간을 조금은 찌푸린 채 한숨을 쉬어 그 옆 침대에 털썩 앉아본다.)
본래부터 침대였다기보다는 낡은 판자를 덧대 침대 모양으로 만들어둔 것 같습니다.
어린이가 사용하는 용도로 만들어둔 건지 성인이 사용하기에는 조금 작다는 감이 있네요.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스오우 유우치:(괜히 한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한숨 쉬었다. 이 생활을 저 어린아이가 혼자 지내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졌지만, 지금은 내 앞가림도 급급한 처지인걸. 무거운 몸을 일으켜 창문 앞으로 간다.)
제법 큰 창문에서는 정원의 모습이 한눈에 보입니다.
가지치기나 인위적으로 보기 좋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 보면 같은 종류의 식물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는 게 확연히 눈에 띕니다.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던 중,
똑똑
스오우 유우치:...응?
가벼운 노크소리가 들려옵니다.
스오우 유우치:(뒤를 돌아 문앞으로 가서 끼익 문을 연다.)
나나우미 네네:(문에 붙어 있었는지 처음에는 정수리만 보여주다가 두어발짝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들어 네 눈을 마주한다.) 있지, 글 가르쳐줘.
스오우 유우치:(보이는 정수리에 꿈뻑꿈뻑 눈만 깜빡이다가, 너와 눈이 마주치고 용건을 물어보려는 순간, 들려오는 네 말에 대답했다.) 저번에 배운 건 잘 기억하고있어?
나나우미 네네:.......... 응. (한참 눈을 도르륵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스오우 유우치:...... (흠...) 그럼 기억나는거 몇개만 말해봐.
아니, 써보자. 자 여기 벽에 대고 써봐.
나나우미 네네:..웅... ... (벽 위에 검지를 가져다 대고 천천히 써 내린다..) 개... 구리... (게고리, 라고 썼다가 슬쩍 네 눈치를 본다. 도르륵 눈을 굴리곤 무언가 지우는 척 다섯 손가락을 쫙 펴 벽 위를 휘젓는다) 헷갈린 거야. 개... 구, 리...! (객구리 라고 쓰곤 반짝이는 눈으로 널 바라본다.)
스오우 유우치:(유심히 네가 어떻게 쓰는 지 지켜봤다. 게....? 이거 처음부터 틀려먹었잖아. 어쩐지 김빠지는 웃음소리가 저절로 났다. 그러고서는 제 눈치를 힐끔힐끔보는 네 모습을 보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렇지만 어느정도 기억은 하는거 같은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딱히 티는 내지않는 표정이지만.) 뭐, 꽤 기억은 하네. 그래도 다시 한번 공부하는게 좋겠지. .. 가자. 공부하러.
나나우미 네네:....(또 틀렸나 싶어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공부하자는 말에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응! ... 책 가져올까? (질문을 했으면서 답도 듣지 않고 몸은 벌써 방문 밖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스오우 유우치:응.. (대답을 끝내기도 전에 먼저 나가버리는 네 모습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그만큼 글이 배우고싶다는거겠지 싶어서 뒤에서 몰래 실없이 웃었다. 네 뒤를 따라가서) 그래그래, 이번엔 무슨 책인데?
나나우미 네네:음... ... 음... (살펴본다고 해서 책등에 적힌 제목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눈을 도르륵 굴리다가) 재밌는 책. (그리 말하곤 후다닥 계단을 내려간다.) 그쪽은 잠시 거실에서 기다려. 내가 가져올게. (잠시 멈추어서는 그리 말하곤 후다닥 지하의 서재로 내려간다.)
스오우 유우치:(막연한 네 대답에 한 번 슥 쳐다보고는, 같이 지하로 뒤따라 내려갔다.) 어, 고를거면 나랑 같이 골라. 어차피 못 읽잖아.
나나우미 네네:(뒤따라오는 널 보고 눈을 끔뻑이다가 이어지는 말에 윽, 하는 소리를 낸다.) 응.... (정곡이 찔렸는지 입을 꾹 다물고 서재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간다. 책장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두꺼운 책을 들어 네게 들이민다.) 자. 재밌는 책. (군주론이라고 적혀있다.)
스오우 유우치:(가만히 네가 고르는 것을 지쳐보다가 설마 저 책을 고르는건가 싶어서 빤히 네 손만 쳐다봤다. 그리고는 그걸 정말 내미는 모습에 어쩐지 식은땀이 흘렀다.) 넌 이게 재밌어보여? 이 이상한 아저씨나 그려져있... 아, (어린아이니까 더 살살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음, 이건 아무래도 별로 재미 없을거같잖아.
(일단은 알려줘야겠지) ...군주론. 이건 이렇게 읽는거야. (제목을 가리키며)
나나우미 네네:... 이상한 아저씨. (네 말에 네게 건네던 책을 도로 제 품에 가져와 책 표지에 그려진 남자를 빤히 바라본다. 그러다가 네 손가락이 제목을 가리키자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바라본다. 군주론... 군주론...) 군주론... ... ? 군주 론이야? 아님 군 주론이야? 군 주 론? ... ... 있지, 이거 무슨 뜻이야?
스오우 유우치:.... 어... (과연 이걸 설명해도 이해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이거는 네가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을 때, 직접 읽어보는게 좋을거야. ... (절대 말하기 곤란해서 아니라는 표정으로 잠시 뜸들이다가).. ㄱ,그래! 숙제야. 숙제는 스스로 해야하는 거 알지?
나나우미 네네:숙... .... (쿠궁. 하는 얼굴로 널 바라본다.) 싫어. 이거 안 읽을래. (호다닥 달려가서는 도로 책장에 꽂고, 신중하게 둘러보다가 이번에는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책을 들고 온다..) 이거. (아기돼지 삼 형제를 들고 와서는 네게 보여준다.)
스오우 유우치:(이번엔 꽤 귀여운 표지를 골라온 너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아직 아이에게는 이런 책이 글을 배우기 쉬울테니까.) 뭐, 좋아. 그러면 저기 앉아서 읽어볼까. (하면서 근처 벽에 기대 먼저 앉고는 옆자리를 툭툭 손으로 치며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나나우미 네네:(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네 옆에 바짝 붙어 앉는다. 어서 읽어달라는 듯 눈을 반짝이며 책 표지를 바라본다.)
스오우 유우치:(조금은.. 부담스럽지만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책을 폈다.) 옛날 어느 한 마을에, 아기 돼지 삼형제가 살았어요.
하루는 엄마 돼지가 말했지요."얘들아, 이제 너희는 다 컸다. 나가서 집을 지어 살려무나."
..(네 눈치를 흘끔 보고는 잘 이해했나 확인중)
나나우미 네네:(몰입한 듯 눈을 엄마 돼지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 (네가 읽는 것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자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널 바라보았다가 슬그머니 따라 읽는다.) 얘들아, 이? 이제? 너희는 더 켰? 컷? 컸?다. 나가서 집, 지블, 집을 ... ... (다음은 뭐였지 눈을 도르륵 굴려 널 바라본다.)
:유우치, <교육>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0/35/14
굴림:99
판정결과:실패
(어... 역시 이해하기 힘들게 말했나?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어쩐기 오기가 생긴다...) 집.을 지. 어.
자, 읽어봐. 집을 지어 살려무나.
나나우미 네네:(알아듣지 못한 듯 얼굴에 물음표를 백만개 띄우다가 후다닥 뒷장으로 넘겨버린다.)
스오우 유우치:(분하다)
... 그럼 다음 꺼 읽어줘?
나나우미 네네:(고개 꾸닥)
스오우 유우치:...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첫째 돼지는 노는 걸 좋아했지요. 하루종일 빈둥빈둥 놀다가 짚으로 후다닥 집을 지었어요.
:유우치, <교육>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0/35/14
굴림:40
판정결과:보통 성공
나나우미 네네:하루종일 빈둥, 빈둥빈둥 놀다가... 짚으로 후다닥 집을 지어, 었, 었, 어요...! (따라 읽은 것뿐이었으나 글자 하나하나 따라 쓰듯 손가락으로 허공을 긋는다.)
스오우 유우치:이번엔 좀 알겠어? (잘 따라읽는 것 같아 안경을 한번 치켜세워 널 쳐다봤다.)
나나우미 네네:응. 알겠어.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자신 또한 안경을 치켜세우는 척을 한다.)
스오우 유우치:(뭐,뭐야... 조금 당황스러워서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럼 바로 다음으로 넘어 가볼게.
둘째 돼지는 먹는 걸 좋아했어요. 하루종일 냠냠 쩝쩝 먹다가 나무로 후다닥 집을 지었어요.
나나우미 네네:냠냠 쩝쩝...
:유우치, <교육>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70/35/14
굴림:1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번쩍)
나나우미 네네:(쩝이라는 어려운 글자마자 완벽하게 공중에 그려내곤 어떠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널 바라본다.)
스오우 유우치:쩝... (왜 쩝만 쓰는거야. 의문이 들었다.) 쩝... 이라는 글자가 맘에 드는거야?
나나우미 네네:응. 마음에 들었어.
... 읽다 보니까 그 사람도 이거 읽어줬었던 기억이 나. ... 분명 마지막에 다 잡아먹혔었나? 아닌가? 늑대가 죽었나? ... (천천히 눈을 끔뻑이다가) 응. 오래전에, 그것도 한 번밖에 읽지 않아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
아무튼. 가르쳐줘서 고마워. 오늘은 이만하면 됐어. 더 읽었다가는 그 사람이 그리워질 것 같거든. ... 그래도, 응. 고마워. 덕분에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어. 보답으로 멋진 걸 보여줄게. 따라와 봐. (자리를 툭툭 털곤 일어나 네게 손을 뻗는다.)
스오우 유우치:그 사람? (아, 그 네가 계속 말하던 그 사람을 말하는건가... 싶어서 고개를 마저 끄덕였다.)
멋진거라니... (여기에 멋진게 더 있는건가... 싶어서 네가 뻗은 손을 붙잡고 일어섰다.)
네네는 방긋 웃으며 당신을 이끌고 정원으로 향합니다.
네네가 유우치를 데리고 향한 곳은 정원의 구석진 곳,
아카시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장소입니다.
앉을만한 곳에 자리를 펴고 앉은 네네는 당신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하더니, 잠시 눈을 감습니다.
―――깜빡.
곧 큰 나무의 한구석이 옅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아니, 나무 한 그루뿐만이 아닙니다.
나무, 아래의 작은 풀, 돌, 당신의 무릎 위.
정적 속에서 작은 반딧불이들이 저마다 빛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인기척을 느끼면 다들 빛을 끄기라도 하는 걸까요.
침묵 속에서 네네가 반딧불이 한 마리를 손바닥 위에 올립니다.
불빛을 깜빡이던 반딧불이가 네네의 손가락을 몸으로 감싸고는, 길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나나우미 네네:... (네쪽을 쓱 보더니) 손, 내밀어 봐.
스오우 유우치:.... (주변의 알 수 없는 환경에 넋을 놓던 도중, 네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손을 내밀면, 반딧불이 한 마리가 당신 손 위로 올라 네네에게 했던 것처럼 손가락을 감쌉니다.
간질간질한 감각이 지나고 나면 깜빡이던 불빛이 길게 빛납니다.
나나우미 네네:이제 말해도 돼. 너를 안전하다고 판단했다는 거니까.
스오우 유우치:(굳게 다물었던 입을 네 말에 떼어놨다.) 응. .. (자신이 살던 세계, 이 험악한 지구에서는 본 적도 없는 자연의 풍경에 좋다기보다는, 웅장함 앞에서 두렵기까지 한 기분이다.) ... 여긴 어디야?
나나우미 네네:(작게 웃고는) 그냥, 정원의 비밀장소. 그 사람이 알려줬어.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도... 가끔 울적하거나 기쁘거나 쓸쓸하거나. ... 그냥, 그 사람이 생각날 때면 이곳에 오곤 해. 가만히 앉아있으면 반짝이는 반딧불이들이 날 위로해주는 것 같거든. (제 손바닥 위의 불빛에 간지럽다는 듯 키득거린다. 손을 가볍게 위로 올려 반딧불이를 도로 자연으로 돌려보내곤 무언가 떠올리듯 멍하니 눈앞의 풍경들을 바라본다. 한참 그렇게 뜸을 들이다가 슬그머니 시선을 내려 바닥을 바라보며) ... 있지, ... 그 사람은... 돌아올까?
멍하니 빛을 바라보던 네네가 말을 잇습니다.
나나우미 네네:아마 돌아오지 않을 거야.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까. ... 그래도 나는 여기서 그를 기다리겠지. ... 찾으러 가고 싶긴 하지만... (무릎을 세워 끌어안아 제 품 안에 가둔다.) 혹시라도 내가 여길 떠난 뒤에 오면 어떻게 해. ... (고개를 숙여 얼굴을 팔 안에 가둔 탓에 내뱉은 말은 웅얼거리듯 하였지만, 둘 뿐인 조용한 정원의 구석진 곳. 바짝 붙어 앉은 네게 들리지 않는 일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름이라도 물어보는건데.
당신은 일전 꿈에서 보았던 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당신은 그를 이해할 수 있습니까?
스오우 유우치:.... (어린 나이 답지않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일찍 깨달아버렸구나. 한번 네 쪽을 쳐다봤다. 아직도 앳된 얼굴을 가진 또래의 여자아이. 혼자 여기서 살아가는건 꽤 힘들었겠지. 만난 지 얼마 되지않았지만 문득 밀려오는 동정심에 자신도 꽤나 당황스럽다. 기다리는 사람이라... 나한테 그런 사람이 이제 존재할 리 없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나자신을 속이고싶은걸지도 모른다. 기다린다는 감정은 불안함의 연속이라는 것을 희망도 뭣도 없는 지구에서 뼈저리게 깨달았던 자신이었기에, 네가 더욱 안쓰러울뿐이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야말로.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고통뿐이다.)
(가만히 말을 듣고는 네 등을 토닥이며) ... 아예 물어보지않은거야?
나나우미 네네:(제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네 쪽을 바라본다. 가만 생각하듯 눈을 끔뻑이다가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으응... 기억이 희미한데... 아마 물어봤던 것 같아.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 그래. 그쪽처럼. 나를 경계했던 것도 같아. 처음에는 그래서 가르쳐주지 않았고... 뒤로 가서는 그냥. ... 이름을 묻지 않아도 행복하니까. 함께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 닭장에 가서 달걀도 가져오고, 식물 심는 방법, 가꾸는 방법도 배우고. 책도 읽고, 함께 잠도 자고. ...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 (따스한 나날들을 떠올리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 그야, 소리를 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먼저 내 쪽을 돌아봐 주었거든. ... 그래서 그냥... 그걸로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 평생 함께일 거라고 생각했거든.
뭐. (눈을 떠 네 쪽을 바라본다.) ... 그냥. 그런 거지. 그래도 그날들을 후회하거나 하진 않아. 그냥. ... 다시 한번만 더 보고 싶어. 이제는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목소리를 가졌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이걸 그리움이라고 하는 걸까? 나는 그 사람의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이걸 그리움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같은 생각이 들곤 해. ... 이럴 땐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데. .... 그 사람은 모르는 게 없거든. 질문을 던지면 언제나 답을 해주었어. 아무리 이상한 질문이라 해도 말이야.
스오우 유우치:아무래도.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당연한거지. 오히려 처음보는 사람에게 살갑게 대한 너가 더 신기하다고 나는 생각했는데.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 만약 네가 밖에 나가 살았더라면... (... 살아 나갈 수 있었을 지가 의문이 들지만. 네가 보는 앞에서 그런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말을 삼켰다. 이런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존재하다니...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욱 따스함을 느끼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리움의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거라면, 네가 네 감정에 그렇게 이름을 붙이고싶다면 붙이는거지. 그리움.(땅바닥에 글자로 써주며 네게 가르쳐주는 시늉을 하고는 허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나는 오히려 네가 좀 부러울지도 모르겠어. 나는 이미 다 메말라 버린 기분인데. 네 옆에있으면 어쩐지 나도 예전 생각이 나기도하고... (잠시 표정을 굳히며)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하, 됐어 그냥 잊어버려. ....내가 여태 봤던 사람들이랑 너는 좀 달라서 그런가봐. 자꾸 이상한 말만 나오네.
그 이상한 질문이란거 .... 도대체 뭔데? (분위기 전환을 하고싶은지 툴툴거리며 네 옆에서 쳐다보며 말했다. 어쩐지 예상이 가지만... 뭐...)
나나우미 네네:(가만히 네 말을 듣다가 작게 미소 짓는다. 네가 삼킨 뒷말을 알아들은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 그럴지도 모르지. 난 아주 어릴 때 이 정원에 들어왔으니까. ...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분명 죽었을 거야. 아마 죽기 직전에 이곳에 들어왔던 것도 같아.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 응.
(가만히 네가 땅에 적어 내리는 글자들을 바라본다. 그, 리, 움. 가만히 바라보다가 작게 웃으며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저 또한 그리움이라는 글자를 적어 내린다..) 개구리의 리랑 똑같네. (네가 써 내린 글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깜빡이다가) 응. 그렇구나. 정해진 것 없이, 그저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거구나. ... 너는 참 대단해. 많은 걸 알고 있어. ... 밖에서 와서 그런가? 만약 내가 밖으로 나가 너처럼 많은 걸 배운다면... 그러면 나 또한 그 사람의 행방에 대해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해질 수 있을까? ... 뭐. 그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평생. 나갈 일은 없을 테지만.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다가, 네 물음에 눈을 도르륵 굴린다.) 그냥. 밥을 손으로 먹으면 안 되는 이유라든가. 맨발로 걸어 다니면 안 되는 이유나 나무가 나무인 이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같은 거. (작게 웃고는) 뭐. 그런 사소하고 흔히 말하길 이상한 것들. 나는 진지했고, 그 사람도 진지하게 답해줬어. 그래서 좋아. 비웃거나 무시하지 않았거든. ... 뭐,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만.
스오우 유우치:(이어지는 네 말에 흠칫 놀라 눈썹을 치켜세웠다. ... 이 아이는 정말 이 지구에서 살아간 아이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외계인? 하, 자신이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어서 금방 그 생각은 지워버렸다. 아무래도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다. 차마 더이상 그 말에는 대답을 할 수없어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을 뿐이다.)
(네 말을 듣다가) 어, 맞아 잘 기억하네. ... 밖으로 나간다면.. 오히려 알지 못 했더라면 좋았을게 많을걸. 일단 내입장에선 그래. ...더 파고 들어갈수록 깊게 썩어있는게 지금 바깥 상태니까. (말하면서도 씁쓸한 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의 행방...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상황에서 확신할 수 없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여기에서 지내는 게 나도 낫다고 생각해.
네가 그런식으로 만하는데 어떻게 안 들어주겠냐고. (다시금 툴툴거렸다. 괜히 안경을 한 번 으쓱이며 멋쩍은 기분이 들었고, 말을 이어갔다.) 사소하고 흔하다... 오히려 그런게 더 특별할 수도있으니까. ... 난 그래서 네가 특별하다고 느껴졌어. (막상 말을 뱉고보니 어쩐지... 눈썹을 치켜세웠다.)
나나우미 네네:그래? ... 하지만 알지 못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 자체가 아는 사람만의 특권이니까. 밖이 어떤 상태인지 나는 정확히 모르지만... 처음 왔을 때 네 상태를 떠올리면 확실히.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닌 것 같아. 이곳은, 외롭다는, 쓸쓸하다는 점 빼고는 완벽하니까. ... 밖에서 온 너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데. ... 이곳의 주인인 그 사람은 왜 떠난 걸까? ... 잠시 기다리면 다시 올 줄 알았는데. .... (멍하니 반딧불이들을 바라보다가) ... 여긴 너무 외로워. 그래서 글자를 가르쳐달라는 핑계로 널 붙잡았던 것 같아. ... ... 있잖아, ... (천천히 고개를 돌려 네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거절의 답을 들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잠시, 말하지 않아 후회하는 것 보다는 말 하고 거절당하는 편이 좋겠지. 슬며시 운을 뗀다.) 있지, 글자를 배울 때까지ㅡ, 라고 했는데. ... 그냥 나랑 여기서 같이 지낼래? 특별한 모험도, 새로운 발견도 없는 평화로운 곳이지만...너랑 함께라면 매일매일이 새로워질 거야. 무척 기대되겠지. 오늘은 또 어떤 걸 배울까 하며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내일은 어떤 음식을 만들까. 새로운 놀이를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내일을 꿈꿀 거야. ... 싫다면 떠나도 좋아. 내가 네 자유를 구속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 그래도, 남아줬으면 좋겠어.
스오우 유우치:그건... (일리가 있는 말이라서 날카롭게 정곡을 찌른 기분이 들었다.) ... 그 주인이라는 사람도 그 사람만의 사정이 있겠지만, 네게 어디로, 언제 다시 올 거라고 말도 안 하고 갔다는 것에서 사실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아. (눈을 가늘게 뜨곤 네가 보는 반딧불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참을 보다가 네 말에 고개를 돌렸고 눈이 마주쳤다.) 여기서 지내자고?... (꽤 괜찮은 조언인건 맞았다. 분명 여기는 밖과 다르게 온화하고, 따스했다. 그렇지만 단번에 대답이 나오긴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리움.. 그래 그 그리움이라는 있는 것 같지도 않은 희망 하나 때문에 자신은 밖에서 이렇게 살아왔다. 거의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왜인지 너와 대화하고있으면 자꾸 머리가 아파지는 기분이었다. 답지않게 한참을 표정을 찡그린채 고민하다가 드디어 입을 뗐다.).... 대답은 혹시 보류해도 돼?
나나우미 네네:응. 하지만 미워하진 마. 나의 소중한 사람이거든. ... 그러고보니, 그래. 응. (손익을 따지던 모습을 보아 곧바로 수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 아니, 사실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를 내쫓고 이곳을 차지할 수 있음에도 굳이 번거롭게 나를 가르쳐주는 대가로 이곳에 머물기로 한 거겠지. 응. 상냥한 사람이었다. ... 마냥 손익만을 따지는 차가운 사람이었다면 저 또한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겠지.) ... ... 밖에 소중한 무언가가 있는 거지? 응. 당연하지. 대답을 보류해도 괜찮아. 말했잖아. 나는 네 행동을 강제할 수 없어. 다만 내가 그걸 원한다는 것을 네게 전하는 것은 자유이기에 그렇게 했을 뿐이야. 열흘 뒤든 한 달 뒤든 언제든 내킬 때 대답을 해줘. 싫다고 해도 괜찮아. 고작 거절당한 거로 널 미워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십 년도 넘는 시간 동안 그 사람을 기다려온 만큼, 인내심 하나는 끝내주거든. (작게 미소 짓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이만 돌아갈까?
스오우 유우치:(네 말을 듣고 오히려 덤덤한 모습이, 어쩐지 자신의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말을 얼버무리며) 뭐.. 그닥 이제는 거의 생각도 나지않을정도지만. 보류라고 했지, 아니라고 한 적은 없어. (시선을 바닥으로 옮기고는 안경을 한번 으쓱였다.아직까지 사실 나도 내마음을 잘 모르겠으니까. 나가봤자 할 수 있는건 ...한정적일텐데도.)
(일어나는 네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 그래.(잠시 뜸을 들이며 멋쩍게) ... 그. 여기 소개해줘서 고마워. 꽤 소중한 비밀 장소인 거 같은데.
나나우미 네네:(거절은 아니라는 말에 다시 작게 미소 짓는다.) 응. 알아들었어. (가만히 널 바라보다가 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모습에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으응, 비밀이라 할 것도 없지. 여긴 나뿐인걸. ... 그 사람이 가르쳐준 곳을 다른 이에게도 소개할 수 있어서 기뻤어. 나야말로 고마워.
시간이 늦어 집으로 돌아간 두 사람을 맞이하는 건,
어쩐지 갑작스레 많은 세월이 흘러버린 듯한 집입니다.
이럴 수가 있던가요?
기껏해야 몇 시간도 채 흐르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집은 여기저기 낡았고, 기둥이 반쯤 썩어 있으며,
나무 덩굴이 집 안 깊은 곳까지 침투해 들어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식물들 또한 생기를 잃고 있네요.
스오우 유우치:....? (갑자기 변해버린 집안의 모습에 당황하며 여기 저기 둘러본다.) 뭐야?
식물에 보는 눈이 없는 이라 하더라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나나우미 네네:...
이 집에서 생명력이 꺼지고 있습니다.
스오우 유우치:....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나나우미 네네:(가만히 눈만 끔뻑인다.)
... (먼저 성큼 안으로 들어가 집안 상태를 살피며 계단 위로 올라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삐걱거리는 계단을 밟고 내려와서는) ... 아무래도 오늘은 내 방에서 자야 할 것 같아. 작은 침실 문이 열리지 않아.
스오우 유우치:(먼저 앞서 나가는 네 모습에 뒤따라 주변을 살펴본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집이 그저 당황스럽고 어이가없을뿐이었다. 이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다가도 이미 이 공간의 존재자체로도 비현실적이었으니까.)
(네 말에 고개를 갸웃였다) ... 아, 괜찮겠어?
당신의 물음에 네네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당신을 이끌고 큰 침실로 들어갑니다.
어쩐지 부쩍 말이 없어진 것 같아요.
나나우미 네네:(잠시 고민하다가) ... 확인해 봐야 할 게 있어. 먼저 자고 있어.
잘 자. 걱정하지 말고.
스오우 유우치:... 뭘 하려고?
위험한 거면 내가 도와줄게.
나나우미 네네:(천천히 고개를 젓고는) 괜찮아. 내가 해결할 수 있어. ... 정 힘들면 깨울테니까. 잘 자.
스오우 유우치:... 정말 믿어도 괜찮은거지. (어쩐지 불안한 느낌에 다시금 물었다.)
나나우미 네네:(너를 안심시키려는 건지 천천히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스오우 유우치:... 알겠어. 잘 자.
...
..
.
.
.
어느 순간, 문득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밤새 작은 빛에 의존해 책상에 앉아 있는 네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깜빡, 깜빡.
글이라도 읽고 있는 걸까요.
혹은 저번에 말했던 편지요.
소리 내서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 다시 정신이 꺼지는 것처럼 암전합니다.
…….
그 뒷모습에 당신은 이상할 정도의 애상함을 느낍니다.
...
..
.
.
.
다음 날 아침이 밝았을 때, 당신을 깨우는 건 이상할 정도의 적막입니다.
네네가 보이지 않습니다.
스오우 유우치:... 네네.
(자리를 일어나 문앞으로 나가본다.)
방 밖으로 나서도 네네는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스오우 유우치:(아, 어젯밤에 문득 봤던 네네의 뒷 모습이 기억나 책상앞으로 가본다.)
텅 빈 책상만이 당신을 반깁니다.
스오우 유우치:... 어제 뭘하다 간거야, 네네... (중얼거리며 문밖으로 다시 나가 2층계단을 내려간다.)
1층도 마찬가지. 네네는 보이지 않네요.
스오우 유우치:... (그때 눈에 띄는 지하실 계단으로 내려가본다.)
지도지하
완전한 지하라기보다는 반지하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위쪽에 달린 창문을 열면 환기도 되고, 어느 정도는 빛도 들어옵니다.
스오우 유우치:(계단 옆 창고 문을 열어본다.)
잡다한 물건들이 놓인 창고입니다.
어지럽게 널려 있어 뭐가 있는지도 잘 구분이 안 되네요.
무언가 정리를 해보려 해도 이상할 정도로 끝이 안 난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지럽혀 있을 뿐, 특별한 무언가는 없는 듯 하네요.
스오우 유우치:... (정리가 안 되어있지만, 다시 한 번 둘러본다.)
다시 한 번 둘러보아도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물건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창고일 뿐입니다.
스오우 유우치:(문을 닫고 나가 서재로 향한다.)
서재라기에는 벽 하나 가득 책이 있다는 느낌입니다.
작은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긴 하지만 오래 앉아있긴 힘들 것 같네요.
<책장1>, <책장2>, <책장3> 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스오우 유우치:(책장 1에 서서 책들을 살펴본다.)
인문사회나 과학에 관한 책들이 꽂혀있습니다.
:유우치, <자료조사> 판정.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60/30/12
굴림:56
판정결과:보통 성공
[지구온난화와 빙하기]라는 책이 눈에 띕니다.
유독 튀어나와 있는 걸 보니 저 책은 분명 한 번 읽었다가 제대로 꽂아두지 않은 것도 같은데요.
먼지가 쌓이지 않게는 해뒀지만, 배치를 바꾸거나 책을 넣어두는 식으로 건드리진 않은 것 같네요.
스오우 유우치:(책을 꺼내 천천히 펼쳐본다.)
……지구는 인간들의 손으로 망가졌습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이견도 없습니다.
누군가들은 종말이 찾아왔다느니, 신이 내린 재앙이라느니 떠들지만 실상 지구는 아주 사소한 이기심이 모여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똑같습니다. SANc 0/1
스오우 유우치:
기준치:47/23/9
굴림:27
판정결과:보통 성공
... (그렇겠지, 아무래도.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장으로 넘겨본다.)
그 뒤로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계속되는 이상 기후에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비난 등이 적혀있네요.
스오우 유우치:... 네네도 이걸 읽은걸까. (다시 제자리에 꽂아놓았고, 책장2를 살펴본다.)
두번째 책장은 한 칸 가득 식물에 관한 책이 들어 있습니다.
이걸 보니 이곳이 정말 사람보다는 식물을 위해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사람은 그저 식물들을 관리하기 위해 있는 존재인 거죠.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든다면…….
누가 이런 공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뒀단 말인가요?
스오우 유우치:(그러고보니 거실이나 이곳저곳에 식물이 많았지. 그 사람이 만들어둔걸까. 책을 몇개 매만져보다가 책장3으로 눈을 돌렸다.)
책들이 꽉꽉 들어찬 다른 책장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텅 비어 있는 책장입니다.
이렇게 책이 많다면 조금 나눠 꽂아둬도 될 법한데요…….
중앙에 눈에 띄게 꽂혀 있는 책은 한 권입니다.
[정원사용설명서] 라고 적혀있네요.
스오우 유우치:(네네가 매일 관리했던.... 책을 펴본다.)
……뒤쪽 페이지는 찢어져 있습니다. 정원의 주인이 찢어가기라도 한 걸까요?
스오우 유우치:.........? (생각과는 다른 내용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기에 왔을때부터 비현실적인 일에는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꽤나 혼미한 상태다.) ...이게 무슨 소리야? (침착하고 주변에 다른 것들은 없나 살펴봤다.)
아쉽게도,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스오우 유우치:...네네.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서재 밖으로 나섰다.)
서재 밖으로 나와, 계단을 올라 1층으로 올라가면...
현관문에 끼워진 편지를 한 통 발견합니다.
스오우 유우치:(편지를 열어본다.)
·· HANDOUT ··네네의 편지━━━━━━━━━━━━━━━━━─
갑자기 자리를 비워서 놀랐을 거라고 생각해. 미안.
하지만 아마 하루라도 더 지체했다면 정원도, 식물도 모두 망가졌을 거야.

밤새 그 사람이 나한테 남긴 편지를 읽었어.
그 다음에는 이 편지를 쓰느라 고생 좀 했지.
내용은 신기했어. 꼭 내가 언젠가 이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될 것처럼 써뒀더라고.
나한테 글을 가르친 적도 없는데 말이야.

마치 네가 언젠가 이 정원에 돌아와서, 나한테 글을 가르쳐주게 될 걸 알기라도 한 것처럼.

내용은 설명에 가까웠어. 이 정원에 있을 수 있는 건 한 사람밖에 없대.
식물을 위해 있는 정원이고, 사람은 한 명으로 충분해서, 두 명이 넘어가게 되면 전부 망가질 거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네가 나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적혀 있었어.
사실 전부를 이해하긴 힘들었어. 전부 잊게 된다느니,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느니.
어쨌든 내가 만났던 그때의 사람은, 여길 나가면서 나와 있었던 기억을 전부 잊을 거랬어.

그리고 언젠가 네가 찾아올 거라고도 하더라.
어떻게 해야 한다고는 적혀있지 않았어. 단지…….

미안하대.
그렇게 두고 가서.
너무 오랜 시간 혼자 지내게 해서.

나는 이 정원을 떠나. 집이, 정원이 망가지게 둘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네게 다시 희생을 강요할 생각도 없어.
내가 처음 이 정원에 들어왔을 때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겨울' 이란 것에서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
아마 다시 이 정원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거야.
……당신이 내가 기억하는 그 나이가 됐을 때에.

다시 볼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뻤어.

글을 가르쳐주겠다는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네네.

 
편지에는 그림 한 장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일전 큰 침실에서 발견했던 그림의 얼굴이 비어 있던 부분이 채워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타인처럼 느껴지던 그림 위로 그려진 얼굴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네네가 정원에서 지내는 내내 그리워했을 얼굴.
당신의 꿈속에서조차 당신은 만날 수 없던 그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단정한 분위기. 어쩌면 네네의 기억보다는 조금 더 젊고, 당신이 아는 당신의 얼굴보다는 조금 더 다채로울,
……당신의 얼굴입니다. SANc 1/1d3
스오우 유우치:(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아이가 혼자 여길 나가기엔 무리인 것을, 거기다 모든걸 놓고 간다는 것이 그 아이에게 힘든 일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천천히 써내려간 글을 읽어보다가 마주친 그림. 아, 이제야 모든 것을 알겠다. 그래, 그 아이에게 어쩐지 쉽게 마음을 연다했다.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기준치:47/23/9
굴림:70
판정결과:실패
(정신이 혼미하다. 나는 너를 여기에 두고 계속 기다리게 했구나. 저번에 네게 했던 말이 어쩐지 생각이 났다. 무책임한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나였다는 생각에 표정을 일그러뜨리고는 편지를 구겨버렸다.)
rolling 1d3
(
2
)
=
2
그제야 당신은 당신을 스치고 지난 시간의 흐름을 자각합니다.
몇 번이었을까요?
몇 번이나 당신은 이 정원에 들어오고,
어린 네네를 만나고,
그 아이에게 정원을, 삶을 이어나가는 법을 가르쳤을까요?
몇 번이나 정원을 떠났다가 모든 걸 잊은 채 다시 돌아온 당신에게 장성한 그 아이가 곁을 내어주었을까요
당신의 자각과 동시에 무너지고 망가졌던 집과 정원이 생명을 얻기 시작합니다.
곰팡이가 사라지고, 기둥이 바로 서고, 식물들이 활기를 되찾습니다.
스오우 유우치:한동안은 너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수도 있어.
... 지금 네네는 어디있지. (정원 바깥으로 가는 문앞으로 가본다.)
스오우 유우치:한동안은 너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수도 있어.
나나우미 네네:그렇지만... 나는 아직 어린 걸.
스오우 유우치:잘할 수 있을 거다.
나나우미 네네:그냥... 가지 않으면 안 돼?
스오우 유우치:그러고 싶지만, 때로는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까.
가지고 나갈 수 없었던 기억들이 당신에게 되돌아옵니다.
이 정원을 떠나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때.
홀로 남겨질 아이에게 홀로 살아남는 모든 방법을 가르쳤을 때.
그러나 마지막 순간, 글만은 가르칠 수 없었을 때.
혼자 남겨진 아이가 지하의 책들을 읽다가, 당신이 이 정원을 떠난 이유가 자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면 느낄 죄책감을 떠올렸을 때.
타인의 것 같은 감정들이 용솟음치고, 기억의 역류로 헛구역질이 치밉니다.
스오우 유우치:……금방 돌아올 거야.
정원이 이곳의 주인으로 당신을 허락합니다.
낯설지 않은 감각입니다. 이미 당신은 한 번 이곳의 주인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으로 괜찮나요?
아카시아 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꼭 당신에게 소리치는 것 같습니다.
바깥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죽음 대신 야만을 택한다고.
차라리 박제되는 것이 비참한 죽음보다 낫노라고.
영화의 필름 같은 기억들이 당신을 헤집습니다.
사라진 봄이 허락된 유일한 인류.
자각 없는 영원한 반복.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겨울을 잊기만 한다면.
이곳은...
지구 상에 남은 마지막 봄입니다.
스오우 유우치:(... 그 아이, 네네가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가 가장 걱정되는 자신이었다. 비록 나가서 기억을 잃어버릴 수 있더라도, 분명... 분명 나는... 도움을 청하고 있을 수도 있을, 그 아이를 나 자신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있기에, 정원 밖으로 향했다.)
당신은 봄을 등진 채 겨울을 택합니다.
그 선택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당신은 나아가기를 택했다는 겁니다.
박제된 과거로 남느니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다음을 택합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당신은 바뀌었습니다.
당신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정원은 돌보는 사람 없이도 유지될 겁니다.
식물은 인간보다 강하기 마련이니까요.
당신은 얼어붙을 듯한 추위로 자진해 뛰어듭니다.
기억도, 온기도 사라집니다.
설원의 한복판에서 당신이 만난 건…
아주 작은 어린아이입니다.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얼굴의,
……오랜 시간 당신을 기다렸을 아이.
당신은 아이의 손을 잡습니다.
그게 누구인지, 왜 그랬어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억이나 관계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당신은 그 아이와의 동행을 택합니다.
겨울 속 유일한 온기라곤 둘의 맞잡은 손뿐입니다.
……당신은 봄을 기다립니다.
이 아이와의 봄을 기다립니다.
네네 생환, 유우치 생환
보상: 이성 1d5
당신의 족적을 누군가가 뒤따라 걷습니다.
...
:끝~~~ 이 아래부턴 다른 엔딩~
당신은 정원을 돌아봅니다.
누군가에게 넘겨받았고, 다시 넘겨줄 봄.
당신이 이 정원을 나간다 한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면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당신이 없는 곳에 도착한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혹은, 이곳을 빠져나가 겨울의 한복판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한들, 그 고통은 누가 알아준단 말입니까.
처음으로 돌아갑시다.
이 정원에 혼자 남겨졌을 때.
식물들을 키우고, 매일 무기질 한 반복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건 누군가가 그랬듯,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기억을 먹고 삽니다.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시간을 되새기며 그가 언젠가 저 문을 열고 나타나길 기다립니다.
당신에게 허락된 유일한 봄이니까요.
당신은 그 아이를 기다립니다.
그 아이와의 봄을 기다립니다.
네네 실질적 로스트, PC 실질적 로스트
보상: 이성 전부
당신이 지킨 것은 한 아이의 세상입니다.
아이는 홀로 눈밭을 헤치기 어려워, 탐사자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요.

핸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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