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정원의 아카시아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려. 그 사람과의 봄을 기다려.
W.요한
2022. 05. 21
KPC : 나나우미 네네
PC : 스오우 유우치
...
..
.
시대의 종식입니다.
언젠가 찾아오리라 여겼던 인류사의 멸망은 대단할 것 없이 찾아왔습니다.
과학자들은 겨울이 오 년쯤 지속된 때부터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포기한 채 손을 놨습니다.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
세계의 절반가량이 기후 변화로 말미암은 폭설로 뒤덮였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쉘터를 만들어 적자생존 하기 시작합니다.
...
유우치, 당신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는 사이 눈을 뜹니다.
몸이 반쯤 눈에 파묻힌 걸 보니... 걷는 도중 기절한 모양이네요.
온몸에 감각이 없는 걸 보니 이대로 가다간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습니다.

새하얀 눈밭. 그리고,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78 |
| 판정결과: | 실패 |
……눈밭 위로 발자국이 보입니다.
이 날씨에 발자국이 남았다면 사람이 여기로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이걸 따라가면 뭐라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적일지 아군일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발자국을 따라 언덕 위에 올라서면, 평평한 눈밭위에 볼록 튀어나온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눈으로 뒤덮여있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오랜 경험을 토대로 당신은... 그 정체를 알아챕니다.
얼어붙은 시체.

시체 ...아니. 아직은 아닌가요. 옷자락을 들추기 위해 손을 가져다대면 끊기지 않은 미약한 숨결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시체나 다름 없습니다.
지금 이 상태라면 5분도 지나지 않아 제명을 다하고 말테니까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래도요.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을 정도의 무언가가 구비되어있지 않으니까요.
어쩔 수 없죠. 이런 혹한의 추위 속에 이정도 일은 흔한 일.
얼어 죽은 건 불쌍하지만 이게 바로 자연의 섭리입니다.

(... 그래도 내가 살기위해서는. 뭔가 얻어갈만한건 없을 지 살펴본다.)
주머니 속에서 성냥이 몇개 남지 않은 성냥갑과 레트로트 식품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하루를 나기엔 택도 없을 것 같네요.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무언가 손에 쥐고 있는 듯 합니다.

목걸이... 인가요. 숨이 끊어지는 와중에도 이것 하나는 내어줄 수 없다는 듯 소중히 쥐고 있네요.

끝에 로켓이 달려있는 형태의 목걸이로 그다지 값이 나갈 것 같지는 않아 보이네요.
소중한 이의 사진이라도 들어있는 걸까요.
뭐. 이러한 추위속에 가족을 잃거나 하는 일은 흔한 일이니까요.

목걸이를 빼내려던 중,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3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한명… 아니, 세명인가요.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79 |
| 판정결과: | 실패 |
몸을 주변을 살펴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기분탓일까요?

목걸이를 챙겨 다른 곳으로 떠나려던 순간,
누군가가 휘두른 각목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당신의 뒷통수를 후려칩니다.


rolling 1d3
()
3
3
윽.... 뭐, 뭐야? (뒤를 돌아 본다.)
뒤를 돌아보면, 거구의 남성 셋이 눈에 들어옵니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78 |
| 판정결과: | 실패 |
아무래도 도망치긴 힘들 것 같습니다.

| 기준치: | 25/12/5 |
| 굴림: | 84 |
| 판정결과: | 실패 |
| 피해: | 3 |
아오
레드썬
짠

| 기준치: | 25/12/5 |
| 굴림: | 73 |
| 판정결과: | 실패 |
| 피해: | 2 |
칫,
눈발이 거센 탓인가, 괴한이 휘두른 둔기는 유우치를 아슬아슬하게 빗겨가 바닥을 내려칩니다.
주변의 두명이 실수를 저지른 이를 비웃기 시작했습니다.
최소한의 동료 의식도 없는 걸까요, 아님 그저 당신을 상대로는 이정도의 방심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덕분에 빈틈이 생긴 것 같습니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87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45/22/9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실패 |
... (피를 뚝뚝 흘리며 분한지 괴한들을 노려본다.)
괴한들은 이번엔 당신을 비웃으며 히죽거립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4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피해: | 1 |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에 맞서 괴한의 어깨를 노려 주먹을 내려친다.)
당신의 주먹을 맞은 괴한은 잠시 비틀거리나 싶더니 다시 낄낄거리며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어딘가 상태가 이상한 것 같아요.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85 |
| 판정결과: | 실패 |
뭐... 당신같이 약한 사냥감을 만나 기분이 좋은가보죠.
아무튼, 양쪽이 다 방심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제 당신의 차례입니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75 |
| 판정결과: | 실패 |
(피하려고 발버둥쳤지만 아직 몸이 비틀거린다.)


| 기준치: | 45/22/9 |
| 굴림: | 3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비틀거리며 도망가려던 찰나,

당신의 안경이 번쩍이며 그들의 눈을 멀게합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아무튼, 도망갑시다.

(안경을 고쳐쓰고는 도망간다.)
소리지르는 이들을 뒤로하고 도망칩니다.
아까 얻어맞은 곳이 잘못된 걸까요?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가까스로 도망쳐 언덕 위에 올라서면, 흩날리는 눈밭 사이로 보이는 건...
푸른 이파리입니다.

눈이 쌓인 언덕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저건 분명히 죽지 않은 나무 같은데요.
죽기 전에 환각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요? SANc 0/1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61 |
| 판정결과: | 실패 |


나무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당신은 점점 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언덕들에 가려졌을 뿐, 나무는 한 그루가 아닙니다.
당신이 발견한 건 나무들이 울창하게 서 있는 정원입니다.
생김새마저 잊은 지 오래였던 꽃, 들풀 같은 것들이 한데 피어있는 작은 생명의 군락.
당신이 알아차리지 못한 어느 순간,
아릴 정도의 추위는 사라지고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집이 보입니다.
SAN 1/1d3

| 기준치: | 49/24/9 |
| 굴림: | 60 |
| 판정결과: | 실패 |
rolling 1d3
()
1
1


(믿지못할 환경에 분명 꿈이라고 믿는 자신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며 정원 쪽 집으로 다가가본다.)
나무로 된 집은 사람이 살기 좋다기보다는 식물에 잡아먹혔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무너지지는 않은 채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인기척은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문득 추위가 사라졌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고 난 이후부터,
당신은 끔찍할 정도의 허기에 시달립니다.

불도 켜져 있지 않은 내부에 들어서면 점점 더 알 수 없는 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식물을 키우기 위한 집인 것처럼 보입니다.
집 구석구석을 침투한 덩굴과 자유롭게 잎사귀 위에 앉아 있는 벌레들.
……죽어서 환각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요.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네네는 당신을 두고 부엌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저 아이는 어딘가 이상해요.
네네... 라고 했던가요.
아무런 경계심 없이 제 이름을 알려주는 것도,
식량 및 물건을 가지고 도망갈지도 모르는 당신을 홀로 두고 간 것도.
저 아이는… 어딘가 현실감각이 결여된 듯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네가 약과 붕대, 음식들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옵니다.

(물건을 전부 놓고는 네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여기가 어디냐고 했지? 여긴 정원이야. 주인은 따로 있고, 나는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 ... 밖에서 왔다고 했지? ... 그 사람을 본 적 있어?










(말을 마치곤 시선을 내려 가만히 네 앞에 놓여진 스튜 그릇을 바라본다. 무언가 생각하는 건지, 잠시 뜸을 들이다가) ... 밖은 혹독하다고 했지? ... 하루 정도는 이곳에서 머물러도 좋아. 방은 계단 위쪽으로 올라가면 있어.
그 말을 끝으로 네네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하루 정도는, 이라니. 바깥은 여전히 겨울이고 이곳은 왜 봄인지도 알 수 없는데, 속 편하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던가요.
아니, 애초에 이해할 수 없는 공간과 사람일지도 모르죠.



당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네네 역시 고개를 끄덕이곤 맞은편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방 안으로 사라지는 네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랜 시간 피로에 젖어 있던 탓인지, 몸이 강제로 무거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만 쉬어야 할 것 같아요.

...
..
.
아득한 무의식 너머에서 기억들을 되새깁니다.
당신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등을 떠밀었던 시절을 압니다.
누군가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시대.
끊이지 않는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내일을 향한 희망이 아닌 오늘의 절망을 이겨내는 것에만 급급했던 사람들.
당신은 그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의 죽음을 방관하고, 때로는 그 손으로 직접 목숨을 거둬야하는 순간이 오기도 했죠.
물론, 당신은 끝까지 버텼습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봅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죽은 자의 시체를 딛고 있을 뿐입니다.
홀로 고고하게 서있는 재수없는 녀석이라고 했던가요.
아마 뒤에서는 더한 욕들을 주고받았을 겁니다.
마지막 남은 물자를 차지하기 위해, 당신을 죽여 살아남기 위해.
당신의 목을 조르던 사람을 기억하나요.
당신은 어떻게 했습니까?
숨이 끊기기 직전의 순간…….
...
..
.
헉.
심장이 세차게 뛰는 감각과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은... '살아남은 자'입니다.
...
잠에서 깨어나니 그제야 방의 구조가 제대로 눈에 들어옵니다.

누군가 사람이 직접 만들어둔 듯한 책상과 침대, 방의 구석에는 어린아이가 가지고 놀 법한 나무로 된 장난감들이 놓여 있습니다.
이곳에서 아이라도 지냈던 걸까요?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는지 먼지가 쌓여있습니다.
그러고보니, 꽤 오래 전에 들어왔다고 했던가요.
어릴적에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인 것 같네요.
최근에는 손도 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책상 위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듯한 조각상들이 두어개 놓여있습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1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동물... 인가요?
앞다리에 비해 뒷다리가 매우 긴 생물...
뭐랄까.. 매끈하게 생긴...
당신은 예전에 읽었던 백과사전의 내용을 기억해냅니다.
개구리... 라고 했던가요.
귀여운 동물은 다 놔두고 왜 하필 이런 기괴하게 생긴 조각을 둔걸까요?

특이한 취향을 가진 건 당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뭐. 그 외엔 둘러볼 것이 없는 듯 합니다.

(몸을 일으켜 밖으로 향하는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섭니다.
잠시라도 좋으니 이 집과 정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대답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미 밖으로 나간 모양이에요.

(1층으로 내려가본다.)

거실이라기엔 딱히 사람이 쉴 만한 공간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햇빛을 많이 쐬면 안 되는 식물들이 안쪽에 들여져 있고, 물뿌리개와 삽, 영양제, 빈 화분 같은 게 놓여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꼭 식물을 위한 집처럼 보이네요.
<반려동물>, <식물들>, <메모> 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식물들은 잘 관리가 되고 있는지 생생합니다.
죽은 이파리나 해충도 꼬이지 않은 게 제법 숙련된 관리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흙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래쪽에 식물마다 작은 메모로 이름이 붙어 있는 게 보입니다.
물을 주는 주기도 적혀 있네요.

(반려동물에게 가까이 가본다.)
앞발과 꼬리, 날개를 가진……. 대형견만한…….
얼굴이 없는 동물입니다.
이 동물의 이름이 뭘까요?
전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네네와 당신을 경계하지 않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울음소리를 내는 대신 꼬리를 휘적이거나 날개를 퍼덕이는 것으로 의사 표현을 대신합니다.
SANc 0/1d3

| 기준치: | 48/24/9 |
| 굴림: | 1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동물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가만히 앞발을 내어줍니다.
꼬리가 붕붕 흔들리는 것을 보아 기분이 좋은 듯 합니다.

(메모에 다가가본다.)
식물들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관리법, 요리법까지 적혀 있는 메모입니다.
혼자 보는 용도로 썼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정성스럽네요.

(다른 것은 볼 게 없는 지 둘러본다.)
그 외에 살펴볼만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채광 좋은 자리에 있는 부엌입니다.
바깥에서는 눈보라로 햇빛을 본 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채광이 좋다니,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긴 하네요.
나무로 된 구조물과 깔끔하게 정리된 식기류가 보입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94 |
| 판정결과: | 실패 |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는 것 같네요.
그저 평범한 부엌일 뿐입니다.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있는 정원으로 나옵니다.
네네가 정원사여서인지 특별히 가지를 친다거나 미관을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네요.
각각 식물들이 필요한, 원하는 자리에서 자유롭게 자라고 있습니다.
사는 동안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 상상이나 했었나요.
온화한 공기와 바람결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로 오랜 시간 태도처럼 달고 살던 긴장이 녹는 기분입니다.

닭장과 나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많지 않은 닭들을 키우고 있는 닭장입니다.
실상 닭장이라고는 해봤자 문이 열려 있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네요.
닭 몇 마리와 병아리들이 쫑쫑 돌아다닙니다.
얻을 수 있는 건 딱히 없습니다.
계란 정도는 챙겨도 좋습니다.
닭을 안고 다닌다거나…….

다행히도 닭은 눈치채지 못한 듯 여유롭게 모이를 쪼아먹고 있습니다.

(달걀을 품에 안고는 기분이 좋게 나와서 나무쪽으로 향한다.)
귀엽네
아무튼, 쫑쫑 나무쪽으로 향합니다.
정원 내에는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가지각색으로 자라고 있지만, 그중에서 눈에 띄는 건 한 나무의 군락입니다.
작지 않은 크기의 나무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비록 좁은 공간이나마 숲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3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나무의 한구석, 손이 들어갈 법한 큰 구멍이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발생했다기에는 조금 인위적인 느낌이 있네요.

손 끝으로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느껴집니다.
구겨진 종이인듯 해요.

아마 책의 일부 페이지였던 것 같습니다/
종이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변색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여기저기 썩어 문드러졌지만,
그래도 몇 문장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앞뒤 없는 내용이네요.

종이를 주머니에 구겨넣습니다.
이 외의 볼일은 없는 것 같아 몸을 돌리려던 중,
쨍그랑!

거실에서 난 큰 소리에 조용하던 곳이 금세 시끄러워집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거실로 향하면, 유리로 된 식물의 영양제를 들고 고민하고 있는 듯한 네네가 보입니다.
바닥에는 이미 깨진 영양제 병들이 굴러다니고 있네요.


말을 마치곤 들고있던 병을 돌리다가 놓쳐 다시 깨뜨리고 맙니다.




네네의 말대로 잘 열리지 않네요.
거 보라는 듯 네네가 눈을 끔뻑입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2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자세히 살펴보니, 병의 구석에 '여는 법' 과 '사용 방법' 이 적혀 있습니다.

힘을 주어 누른 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된다고 적혀있네요.

뽁, 소리와 함께 손쉽게 열리는 모습을 본 네네가 눈을 반짝이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자.
그만 깨뜨리고.



(멀뚱히 눈을 끔뻑이다가) ... 글을 읽을 줄 알아?


... 부탁할게. 대신 글을 가르쳐주는 동안에는 여기서 계속 머물러도 좋아.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4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거는 아리따운. 이라고 읽으면 돼.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 |
| 판정결과: | 대성공 |
개구리는 이런식으로 쓰면 돼. (한 글자 한 글자 바닥에 정성스레 써준다. 네가 이해하기 쉽도록.) 어때, ... 개구리가 맘에 들었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리고, 응. 내 방이었어. 그 사람이 떠나기 전까지는... ... 지금은 쓰지 않는 방이지만 그 사람이 오면 다시 작은 방을 쓸 거거든. 그러니까 너무 더럽히거나 하면 안 돼. 알았지?

... 뭐 딱히 더럽힐 생각은 없었거든? (괜히 안경을 으쓱 올려보았다.) 알겠어.

고마워.
창 밖을 보면 어느새 어두워진 것 같습니다.
변명인 것 같았는데... 확실히 졸려할만한 시간이네요.
네네는 어제 그 방에서 자면 된다고 알려주곤 계단 위로 올라가버립니다.

계단 위로 올라가면 방에 들어가려던 네네가 당신을 발견하곤 손을 작게 흔들며 인사합니다.

제 말만 하곤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네요.

방으로 들어가면, 탁자 위의 개구리 조각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까 말한 그 조각들인가봐요.
그러고보니 가져온 책도 개구리에 관한 책이었죠.
어지간히도 좋아하나 봅니다.

질감을 구현하려 한 것인지 꽤 매끈한 조각상입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습니다.
그럼, 잘 자요.
...
..
.
…….
이곳이 꿈임을 인지하기도 전에, 당신은 눈의 언덕을 오르고 있습니다.
방향조차 구별할 수 없는 백야.
정처 없이 걷는 당신을 어느 얼굴 없는 짐승이 이끕니다.
목적지 따위가 정해진 일은 없지만, 당신은 본능에 따라 당신에게 주어진 길이 이것뿐임을 알아차립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기억을 더듬고 있습니다.
남의 것처럼 느껴지는 낯선 기억을.
짐승을 따라 도착한 곳은 눈밭의 작은 정원입니다.
당신은 이곳을 알고 있습니다.
시리도록 추운 재난에서 동떨어진 하나뿐인 낙원.
정원에 도착하고도 당신은 여전히 이가 부딪힐 정도의 추위를 느낍니다.
아직 당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시점의 정원이어서일까요.
안에서는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오고,
집 안으로 들어선 당신은 알 수 없는 힘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정원의 주인:한동안은 너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수도 있어.

정원의 주인:잘할 수 있을 거야.

정원의 주인:그러고 싶지만, 때로는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까.
중년, 혹은 노년. 그 중간쯤 되는 어른이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어른은 한참 아이를 바라보다 그 이마에 입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저 사람이 네네가 말하는 정원의 주인이었을까요.
저런 어린아이를 두고 떠나야 하는 일이라는 게 있단 말입니까.
당신이 선 자리에서는 주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구석에서 잠든 애완동물의 머리를 쓰다듬은 주인이 말을 잇습니다.
정원의 주인:……금방 돌아올 거야.
순간 정원의 주인이 당신을 돌아보고, 그와 눈이 마주칩니다.
심장이 멎는 듯한 감각과 함께 당신이 선 곳이 무너집니다.
꿈 속에서의 추락.
가슴이 턱 막힌 듯한 답답함과 함께 잠에서 깨어나면…….
누워 있는 당신의 상체 위에 애완동물이 올라타 있는 게 보입니다.

당신이 일어난 듯 보이자 당신의 몸 위에서 내려온 동물은 기쁜 듯 꼬리를 흔들고 있네요.
밥을 달라는 것 같지는 않고... 애정 표현이라도 하는 걸까요?

자리에서 일어나면, 아침이 밝았음에도 어쩐지 어제보다 하늘이 어둡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문 밖으로 나섭니다.
복도로 나서면 보이는 큰 창문에 어두운 하늘이 더욱 잘 보이는 듯 합니다.
이곳도 악천후라는 게 존재하던가요.
완벽한 낙원 같은 곳은 아니었던 모양이죠.

어두운 하늘... 이지만, 뭐. 큰 문제는 없겠죠. 오히려 매일 맑은 하늘인 편이 더 부자연스러우니까요.

(찝찝한 마음을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식물들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네네가 보입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8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확실히 짧은 시간 사이에 식물들이 급격히 생기를 잃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식물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특정한 요인을 알지 못하니 어찌 할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네네는 식물들이 생기를 잃은 이유를 알아내느라 여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잠시나마 그를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1층은 이미 둘러보았으니... 2층과 지하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안쪽에 있는 큰 침실입니다.
큰 침실이라고는 해도 작은 침실보다 한 평 정도 더 넓을 뿐, 드라마틱한 크기 차이가 있는 건 아닙니다.
평소 네네는 이곳에서 지냈던 모양이네요.
<침대> 와 <책상>, <서랍> 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성인 남성 한 명이 사용하기에도 넉넉해 보이는 침대입니다.
크기도 확실히 크고 안락하지만 어쩐지 생활감이 있다는 느낌이네요.
몇 번 물려가며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불 또한 별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만, 저게 뭐죠?
이불 안에 무언가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습니다.

이불을 들춤과 동시에,
무언가가 당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옵니다.

어찌 할 새도 없이,
차갑고 질척하고 작은 무언가가 당신의 얼굴에 찰싹 붙습니다.
개굴.

(깜짝 놀란듯 얼굴에 붙은 무언가를 당장 떼어내 확인해본다.)
작고 귀엽고 깜찍한...
반려 개구리 입니다.

개구리는 당신의 손 위에서 몇 번 개굴개굴 우나 싶더니 뛰어올라 도로 침대 안으로 들어갑니다.

저 곳이 보금자리인 것 같네요.

원목을 깎아서 만든 듯한 책상입니다.
전문가가 만들었다기에는 조금 조잡한 감이 있지만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4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책상의 한구석, 낙서 같은 칼집이 나 있는 게 보입니다.

횟수나 날짜를 세어둔 것 같은데요.
자그마치 30개가량은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특별한 점은 없나 살펴본다.)
다른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서랍은 총 두 칸입니다.

첫 번째 서랍에는 색연필이나 크레파스, 연필과 지우개 같은 그림 도구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 아래 칸도 열어본다.)
두 번째 서랍에는 수십 권의 스케치북이 들어 있습니다.
이 집에서 지내며 네네가 지닌 취미기라도 한 걸까요.

아래쪽에 있는 스케치북일수록 어린이가 그린 것 같은 티가 나는 그림이며,
위쪽의 스케치북일수록 점점 실력이 늘어 제법 프로라고 해도 믿을 법한 실력의 그림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요. 오래전에 들어와서 단 한 번도 나간 적 없다고 했던가요.
그동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왔다면... 이만큼 쌓일 만도 하네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가장 위쪽에 있는 스케치북을 살펴보던 당신은 문득 한 사람의 그림이 유독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어느 그림에도 얼굴은 제대로 나와 있지 않고, 대부분 뒷모습이나 흐릿한 옆모습을 그려둔 그림입니다.
그 중, 당신은 그림 하나에서 시선이 멎습니다.
분명히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지만, 얼굴이 완전히 비어 있는 그림.
성별도 나이도 인상도 추측할 수 없는 텅 빈 종이.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라 해도 순간 스치듯,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느껴집니다.

꿈 속에서 본 사람...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
밖에서 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째서 그토록이나 절실해 보였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움. 소중한 이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그리움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성별도 나이도 추측할 수 없는 그림으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 정원을 떠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겠죠.

(중얼거리며 스케치북을 매만졌다.)
스케치북 특유의 거친 질감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이외의 특별한 것은 남아있지 않은 듯합니다.
이만 방을 나서도록 할까요?

스케치북을 도로 자리에 돌려두곤 방 밖으로 나섭니다.

작은 침실로 들어갑니다.
안쪽의 큰 침실에 비해서는 작은 침실입니다.
유우치, 당신이 한동안 생활할 곳이기도 하죠.
창문이 넓어 채광이 잘 되며, 벽 곳곳에 크레파스로 낙서가 되어 있습니다.
<벽의 낙서> 와 <침대>, <창문> 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가 그려둔 듯한 낙서입니다.
여러 풍경이나 나무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색색이 다채롭네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록색 덩어리들입니다.
사과… 는 아닌 것 같고…
툭 튀어나온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아 무언가 생명체인 것 같긴 한데…
어린아이의 그림이라 그런지 뭐가 뭔지 알아볼 수가 없네요.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5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림의 구석,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듯한 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사람이 정원의 주인이라던 사람일까요.
어쩐지 낯익은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86 |
| 판정결과: | 실패 |
생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새하얀 풍경.
겨울을 그려둔 그림이 보입니다.
확실히 네네는 처음부터 이곳에 있던 사람은 아닙니다.
높이 쌓인 눈 언덕, 쓰러진 사람들.
굳게 닫힌 쉘터를 연상시키는 그림에 순간 물 밀듯 바깥의 기억이 몰려듭니다. SANc 0/1

| 기준치: | 48/24/9 |
| 굴림: | 83 |
| 판정결과: | 실패 |
벽의 낙서는 이게 다인 것 같네요.

본래부터 침대였다기보다는 낡은 판자를 덧대 침대 모양으로 만들어둔 것 같습니다.
어린이가 사용하는 용도로 만들어둔 건지 성인이 사용하기에는 조금 작다는 감이 있네요.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법 큰 창문에서는 정원의 모습이 한눈에 보입니다.
가지치기나 인위적으로 보기 좋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 보면 같은 종류의 식물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는 게 확연히 눈에 띕니다.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던 중,
똑똑

가벼운 노크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니, 써보자. 자 여기 벽에 대고 써봐.








(일단은 알려줘야겠지) ...군주론. 이건 이렇게 읽는거야. (제목을 가리키며)






하루는 엄마 돼지가 말했지요."얘들아, 이제 너희는 다 컸다. 나가서 집을 지어 살려무나."
..(네 눈치를 흘끔 보고는 잘 이해했나 확인중)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99 |
| 판정결과: | 실패 |
(어... 역시 이해하기 힘들게 말했나?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어쩐기 오기가 생긴다...) 집.을 지. 어.
자, 읽어봐. 집을 지어 살려무나.


... 그럼 다음 꺼 읽어줘?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둘째 돼지는 먹는 걸 좋아했어요. 하루종일 냠냠 쩝쩝 먹다가 나무로 후다닥 집을 지었어요.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8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번쩍)



... 읽다 보니까 그 사람도 이거 읽어줬었던 기억이 나. ... 분명 마지막에 다 잡아먹혔었나? 아닌가? 늑대가 죽었나? ... (천천히 눈을 끔뻑이다가) 응. 오래전에, 그것도 한 번밖에 읽지 않아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
아무튼. 가르쳐줘서 고마워. 오늘은 이만하면 됐어. 더 읽었다가는 그 사람이 그리워질 것 같거든. ... 그래도, 응. 고마워. 덕분에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어. 보답으로 멋진 걸 보여줄게. 따라와 봐. (자리를 툭툭 털곤 일어나 네게 손을 뻗는다.)

멋진거라니... (여기에 멋진게 더 있는건가... 싶어서 네가 뻗은 손을 붙잡고 일어섰다.)
네네는 방긋 웃으며 당신을 이끌고 정원으로 향합니다.
네네가 유우치를 데리고 향한 곳은 정원의 구석진 곳,
아카시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장소입니다.
앉을만한 곳에 자리를 펴고 앉은 네네는 당신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하더니, 잠시 눈을 감습니다.
―――깜빡.
곧 큰 나무의 한구석이 옅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아니, 나무 한 그루뿐만이 아닙니다.
나무, 아래의 작은 풀, 돌, 당신의 무릎 위.
정적 속에서 작은 반딧불이들이 저마다 빛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인기척을 느끼면 다들 빛을 끄기라도 하는 걸까요.
침묵 속에서 네네가 반딧불이 한 마리를 손바닥 위에 올립니다.
불빛을 깜빡이던 반딧불이가 네네의 손가락을 몸으로 감싸고는, 길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손을 내밀면, 반딧불이 한 마리가 당신 손 위로 올라 네네에게 했던 것처럼 손가락을 감쌉니다.
간질간질한 감각이 지나고 나면 깜빡이던 불빛이 길게 빛납니다.



멍하니 빛을 바라보던 네네가 말을 잇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름이라도 물어보는건데.
당신은 일전 꿈에서 보았던 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 당신은 기억하고 있나요?
당신은 그를 이해할 수 있습니까?

(가만히 말을 듣고는 네 등을 토닥이며) ... 아예 물어보지않은거야?

뭐. (눈을 떠 네 쪽을 바라본다.) ... 그냥. 그런 거지. 그래도 그날들을 후회하거나 하진 않아. 그냥. ... 다시 한번만 더 보고 싶어. 이제는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목소리를 가졌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이걸 그리움이라고 하는 걸까? 나는 그 사람의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이걸 그리움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같은 생각이 들곤 해. ... 이럴 땐 함께 해주었으면 하는데. .... 그 사람은 모르는 게 없거든. 질문을 던지면 언제나 답을 해주었어. 아무리 이상한 질문이라 해도 말이야.

그 이상한 질문이란거 .... 도대체 뭔데? (분위기 전환을 하고싶은지 툴툴거리며 네 옆에서 쳐다보며 말했다. 어쩐지 예상이 가지만... 뭐...)

(가만히 네가 땅에 적어 내리는 글자들을 바라본다. 그, 리, 움. 가만히 바라보다가 작게 웃으며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저 또한 그리움이라는 글자를 적어 내린다..) 개구리의 리랑 똑같네. (네가 써 내린 글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깜빡이다가) 응. 그렇구나. 정해진 것 없이, 그저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거구나. ... 너는 참 대단해. 많은 걸 알고 있어. ... 밖에서 와서 그런가? 만약 내가 밖으로 나가 너처럼 많은 걸 배운다면... 그러면 나 또한 그 사람의 행방에 대해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해질 수 있을까? ... 뭐. 그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평생. 나갈 일은 없을 테지만.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다가, 네 물음에 눈을 도르륵 굴린다.) 그냥. 밥을 손으로 먹으면 안 되는 이유라든가. 맨발로 걸어 다니면 안 되는 이유나 나무가 나무인 이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같은 거. (작게 웃고는) 뭐. 그런 사소하고 흔히 말하길 이상한 것들. 나는 진지했고, 그 사람도 진지하게 답해줬어. 그래서 좋아. 비웃거나 무시하지 않았거든. ... 뭐,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만.

(네 말을 듣다가) 어, 맞아 잘 기억하네. ... 밖으로 나간다면.. 오히려 알지 못 했더라면 좋았을게 많을걸. 일단 내입장에선 그래. ...더 파고 들어갈수록 깊게 썩어있는게 지금 바깥 상태니까. (말하면서도 씁쓸한 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의 행방...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상황에서 확신할 수 없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여기에서 지내는 게 나도 낫다고 생각해.
네가 그런식으로 만하는데 어떻게 안 들어주겠냐고. (다시금 툴툴거렸다. 괜히 안경을 한 번 으쓱이며 멋쩍은 기분이 들었고, 말을 이어갔다.) 사소하고 흔하다... 오히려 그런게 더 특별할 수도있으니까. ... 난 그래서 네가 특별하다고 느껴졌어. (막상 말을 뱉고보니 어쩐지... 눈썹을 치켜세웠다.)




(일어나는 네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 그래.(잠시 뜸을 들이며 멋쩍게) ... 그. 여기 소개해줘서 고마워. 꽤 소중한 비밀 장소인 거 같은데.

시간이 늦어 집으로 돌아간 두 사람을 맞이하는 건,
어쩐지 갑작스레 많은 세월이 흘러버린 듯한 집입니다.
이럴 수가 있던가요?
기껏해야 몇 시간도 채 흐르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집은 여기저기 낡았고, 기둥이 반쯤 썩어 있으며,
나무 덩굴이 집 안 깊은 곳까지 침투해 들어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식물들 또한 생기를 잃고 있네요.

식물에 보는 눈이 없는 이라 하더라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집에서 생명력이 꺼지고 있습니다.


... (먼저 성큼 안으로 들어가 집안 상태를 살피며 계단 위로 올라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삐걱거리는 계단을 밟고 내려와서는) ... 아무래도 오늘은 내 방에서 자야 할 것 같아. 작은 침실 문이 열리지 않아.

(네 말에 고개를 갸웃였다) ... 아, 괜찮겠어?
당신의 물음에 네네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당신을 이끌고 큰 침실로 들어갑니다.
어쩐지 부쩍 말이 없어진 것 같아요.

잘 자. 걱정하지 말고.

위험한 거면 내가 도와줄게.




...
..
.
.
.
어느 순간, 문득 잠에서 깨어난 당신은 밤새 작은 빛에 의존해 책상에 앉아 있는 네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깜빡, 깜빡.
글이라도 읽고 있는 걸까요.
혹은 저번에 말했던 편지요.
소리 내서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 다시 정신이 꺼지는 것처럼 암전합니다.
…….
그 뒷모습에 당신은 이상할 정도의 애상함을 느낍니다.
...
..
.
.
.
다음 날 아침이 밝았을 때, 당신을 깨우는 건 이상할 정도의 적막입니다.
네네가 보이지 않습니다.

(자리를 일어나 문앞으로 나가본다.)
방 밖으로 나서도 네네는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텅 빈 책상만이 당신을 반깁니다.

1층도 마찬가지. 네네는 보이지 않네요.

완전한 지하라기보다는 반지하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위쪽에 달린 창문을 열면 환기도 되고, 어느 정도는 빛도 들어옵니다.

잡다한 물건들이 놓인 창고입니다.
어지럽게 널려 있어 뭐가 있는지도 잘 구분이 안 되네요.
무언가 정리를 해보려 해도 이상할 정도로 끝이 안 난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지럽혀 있을 뿐, 특별한 무언가는 없는 듯 하네요.

다시 한 번 둘러보아도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물건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창고일 뿐입니다.

서재라기에는 벽 하나 가득 책이 있다는 느낌입니다.
작은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긴 하지만 오래 앉아있긴 힘들 것 같네요.
<책장1>, <책장2>, <책장3> 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문사회나 과학에 관한 책들이 꽂혀있습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지구온난화와 빙하기]라는 책이 눈에 띕니다.
유독 튀어나와 있는 걸 보니 저 책은 분명 한 번 읽었다가 제대로 꽂아두지 않은 것도 같은데요.
먼지가 쌓이지 않게는 해뒀지만, 배치를 바꾸거나 책을 넣어두는 식으로 건드리진 않은 것 같네요.

·· HANDOUT ··지구온난화와 빙하기━━━━━━━━━━━━━━━━━─과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수십 번을 경고했지만, 인류는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아있는 자원을 어떻게 소수 인류가 독식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몰두했다.
끝나지 않는 겨울이 5년째 지속하던 해에 인류는 인류를 포기했다.
지구는 얼어붙은 쇠 공이 됐다. 매머드와 북극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식물들은 거의 전부 멸종했고, 인간들 또한 반성 없이는 같은 미래를 면치 못할 것이다.
오히려 남아있는 자원을 어떻게 소수 인류가 독식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몰두했다.
끝나지 않는 겨울이 5년째 지속하던 해에 인류는 인류를 포기했다.
지구는 얼어붙은 쇠 공이 됐다. 매머드와 북극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식물들은 거의 전부 멸종했고, 인간들 또한 반성 없이는 같은 미래를 면치 못할 것이다.
……지구는 인간들의 손으로 망가졌습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이견도 없습니다.
누군가들은 종말이 찾아왔다느니, 신이 내린 재앙이라느니 떠들지만 실상 지구는 아주 사소한 이기심이 모여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똑같습니다. SANc 0/1

| 기준치: | 47/23/9 |
| 굴림: | 2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그렇겠지, 아무래도.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장으로 넘겨본다.)
그 뒤로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계속되는 이상 기후에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비난 등이 적혀있네요.

두번째 책장은 한 칸 가득 식물에 관한 책이 들어 있습니다.
이걸 보니 이곳이 정말 사람보다는 식물을 위해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사람은 그저 식물들을 관리하기 위해 있는 존재인 거죠.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든다면…….
누가 이런 공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뒀단 말인가요?

책들이 꽉꽉 들어찬 다른 책장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텅 비어 있는 책장입니다.
이렇게 책이 많다면 조금 나눠 꽂아둬도 될 법한데요…….
중앙에 눈에 띄게 꽂혀 있는 책은 한 권입니다.
[정원사용설명서] 라고 적혀있네요.

·· HANDOUT ··정원사용설명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시간은 6시, 해가 지는 시간은 18시.
총 278종류의 식물이 있으며, 각기 필요한 위치에 심어져 있다.
정원에서의 100년은 바깥에서의 1초와 같으므로, 정원사의 경우 바깥 일은 신경 쓰지 않을 것.
정원의 어떤 물건도 바깥으로 가져나갈 수 없다. 기억 또한 마찬가지로,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산화된다.
필요한 물건이 있을 경우,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창고를 뒤진다면 발견할 수 있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시간은 6시, 해가 지는 시간은 18시.
총 278종류의 식물이 있으며, 각기 필요한 위치에 심어져 있다.
정원에서의 100년은 바깥에서의 1초와 같으므로, 정원사의 경우 바깥 일은 신경 쓰지 않을 것.
정원의 어떤 물건도 바깥으로 가져나갈 수 없다. 기억 또한 마찬가지로,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산화된다.
필요한 물건이 있을 경우,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창고를 뒤진다면 발견할 수 있다.
……뒤쪽 페이지는 찢어져 있습니다. 정원의 주인이 찢어가기라도 한 걸까요?

아쉽게도,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서재 밖으로 나와, 계단을 올라 1층으로 올라가면...
현관문에 끼워진 편지를 한 통 발견합니다.

·· HANDOUT ··네네의 편지━━━━━━━━━━━━━━━━━─
갑자기 자리를 비워서 놀랐을 거라고 생각해. 미안.
하지만 아마 하루라도 더 지체했다면 정원도, 식물도 모두 망가졌을 거야.
밤새 그 사람이 나한테 남긴 편지를 읽었어.
그 다음에는 이 편지를 쓰느라 고생 좀 했지.
내용은 신기했어. 꼭 내가 언젠가 이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될 것처럼 써뒀더라고.
나한테 글을 가르친 적도 없는데 말이야.
마치 네가 언젠가 이 정원에 돌아와서, 나한테 글을 가르쳐주게 될 걸 알기라도 한 것처럼.
내용은 설명에 가까웠어. 이 정원에 있을 수 있는 건 한 사람밖에 없대.
식물을 위해 있는 정원이고, 사람은 한 명으로 충분해서, 두 명이 넘어가게 되면 전부 망가질 거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네가 나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적혀 있었어.
사실 전부를 이해하긴 힘들었어. 전부 잊게 된다느니,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느니.
어쨌든 내가 만났던 그때의 사람은, 여길 나가면서 나와 있었던 기억을 전부 잊을 거랬어.
그리고 언젠가 네가 찾아올 거라고도 하더라.
어떻게 해야 한다고는 적혀있지 않았어. 단지…….
미안하대.
그렇게 두고 가서.
너무 오랜 시간 혼자 지내게 해서.
나는 이 정원을 떠나. 집이, 정원이 망가지게 둘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네게 다시 희생을 강요할 생각도 없어.
내가 처음 이 정원에 들어왔을 때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겨울' 이란 것에서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
아마 다시 이 정원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거야.
……당신이 내가 기억하는 그 나이가 됐을 때에.
다시 볼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뻤어.
글을 가르쳐주겠다는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네네.
갑자기 자리를 비워서 놀랐을 거라고 생각해. 미안.
하지만 아마 하루라도 더 지체했다면 정원도, 식물도 모두 망가졌을 거야.
밤새 그 사람이 나한테 남긴 편지를 읽었어.
그 다음에는 이 편지를 쓰느라 고생 좀 했지.
내용은 신기했어. 꼭 내가 언젠가 이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될 것처럼 써뒀더라고.
나한테 글을 가르친 적도 없는데 말이야.
마치 네가 언젠가 이 정원에 돌아와서, 나한테 글을 가르쳐주게 될 걸 알기라도 한 것처럼.
내용은 설명에 가까웠어. 이 정원에 있을 수 있는 건 한 사람밖에 없대.
식물을 위해 있는 정원이고, 사람은 한 명으로 충분해서, 두 명이 넘어가게 되면 전부 망가질 거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네가 나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적혀 있었어.
사실 전부를 이해하긴 힘들었어. 전부 잊게 된다느니,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느니.
어쨌든 내가 만났던 그때의 사람은, 여길 나가면서 나와 있었던 기억을 전부 잊을 거랬어.
그리고 언젠가 네가 찾아올 거라고도 하더라.
어떻게 해야 한다고는 적혀있지 않았어. 단지…….
미안하대.
그렇게 두고 가서.
너무 오랜 시간 혼자 지내게 해서.
나는 이 정원을 떠나. 집이, 정원이 망가지게 둘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네게 다시 희생을 강요할 생각도 없어.
내가 처음 이 정원에 들어왔을 때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겨울' 이란 것에서 오래 버티진 못하겠지.
아마 다시 이 정원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거야.
……당신이 내가 기억하는 그 나이가 됐을 때에.
다시 볼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뻤어.
글을 가르쳐주겠다는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네네.
편지에는 그림 한 장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일전 큰 침실에서 발견했던 그림의 얼굴이 비어 있던 부분이 채워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타인처럼 느껴지던 그림 위로 그려진 얼굴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네네가 정원에서 지내는 내내 그리워했을 얼굴.
당신의 꿈속에서조차 당신은 만날 수 없던 그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단정한 분위기. 어쩌면 네네의 기억보다는 조금 더 젊고, 당신이 아는 당신의 얼굴보다는 조금 더 다채로울,
……당신의 얼굴입니다. SANc 1/1d3

| 기준치: | 47/23/9 |
| 굴림: | 70 |
| 판정결과: | 실패 |
(정신이 혼미하다. 나는 너를 여기에 두고 계속 기다리게 했구나. 저번에 네게 했던 말이 어쩐지 생각이 났다. 무책임한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나였다는 생각에 표정을 일그러뜨리고는 편지를 구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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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그제야 당신은 당신을 스치고 지난 시간의 흐름을 자각합니다.
몇 번이었을까요?
몇 번이나 당신은 이 정원에 들어오고,
어린 네네를 만나고,
그 아이에게 정원을, 삶을 이어나가는 법을 가르쳤을까요?
몇 번이나 정원을 떠났다가 모든 걸 잊은 채 다시 돌아온 당신에게 장성한 그 아이가 곁을 내어주었을까요
당신의 자각과 동시에 무너지고 망가졌던 집과 정원이 생명을 얻기 시작합니다.
곰팡이가 사라지고, 기둥이 바로 서고, 식물들이 활기를 되찾습니다.

... 지금 네네는 어디있지. (정원 바깥으로 가는 문앞으로 가본다.)





가지고 나갈 수 없었던 기억들이 당신에게 되돌아옵니다.
이 정원을 떠나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때.
홀로 남겨질 아이에게 홀로 살아남는 모든 방법을 가르쳤을 때.
그러나 마지막 순간, 글만은 가르칠 수 없었을 때.
혼자 남겨진 아이가 지하의 책들을 읽다가, 당신이 이 정원을 떠난 이유가 자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면 느낄 죄책감을 떠올렸을 때.
타인의 것 같은 감정들이 용솟음치고, 기억의 역류로 헛구역질이 치밉니다.

정원이 이곳의 주인으로 당신을 허락합니다.
낯설지 않은 감각입니다. 이미 당신은 한 번 이곳의 주인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으로 괜찮나요?
아카시아 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꼭 당신에게 소리치는 것 같습니다.
바깥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죽음 대신 야만을 택한다고.
차라리 박제되는 것이 비참한 죽음보다 낫노라고.
영화의 필름 같은 기억들이 당신을 헤집습니다.
사라진 봄이 허락된 유일한 인류.
자각 없는 영원한 반복.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겨울을 잊기만 한다면.
이곳은...
지구 상에 남은 마지막 봄입니다.

당신은 봄을 등진 채 겨울을 택합니다.
그 선택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당신은 나아가기를 택했다는 겁니다.
박제된 과거로 남느니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다음을 택합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당신은 바뀌었습니다.
당신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정원은 돌보는 사람 없이도 유지될 겁니다.
식물은 인간보다 강하기 마련이니까요.
당신은 얼어붙을 듯한 추위로 자진해 뛰어듭니다.
기억도, 온기도 사라집니다.
설원의 한복판에서 당신이 만난 건…
아주 작은 어린아이입니다.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얼굴의,
……오랜 시간 당신을 기다렸을 아이.
당신은 아이의 손을 잡습니다.
그게 누구인지, 왜 그랬어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억이나 관계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도 당신은 그 아이와의 동행을 택합니다.
겨울 속 유일한 온기라곤 둘의 맞잡은 손뿐입니다.
……당신은 봄을 기다립니다.
이 아이와의 봄을 기다립니다.
네네 생환, 유우치 생환
보상: 이성 1d5
당신의 족적을 누군가가 뒤따라 걷습니다.
...

당신은 정원을 돌아봅니다.
누군가에게 넘겨받았고, 다시 넘겨줄 봄.
당신이 이 정원을 나간다 한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면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당신이 없는 곳에 도착한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혹은, 이곳을 빠져나가 겨울의 한복판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한들, 그 고통은 누가 알아준단 말입니까.
처음으로 돌아갑시다.
이 정원에 혼자 남겨졌을 때.
식물들을 키우고, 매일 무기질 한 반복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건 누군가가 그랬듯,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기억을 먹고 삽니다.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시간을 되새기며 그가 언젠가 저 문을 열고 나타나길 기다립니다.
당신에게 허락된 유일한 봄이니까요.
당신은 그 아이를 기다립니다.
그 아이와의 봄을 기다립니다.
네네 실질적 로스트, PC 실질적 로스트
보상: 이성 전부
당신이 지킨 것은 한 아이의 세상입니다.
아이는 홀로 눈밭을 헤치기 어려워, 탐사자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요.


